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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대왕이 건강관리에 실패한 이유
    HEALTH 2021. 10. 24. 00:00

    건강관리에 실패한 세종대왕

    영조가, 진찰받은 횟수만 7,000번이 넘을 정도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과는 정반대로, 세종은 자신의 건강을 살피는 데 실패했습니다. 조선시대만이 아니라 우리 역사 전체에 걸쳐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평가받는 임금이지만, 세종의 말년은 지독한 질병과 고통의 연속이었죠. 질병과 노환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짐으로써 그토록 사랑했던 손자의 왕위와 목숨조차 지키지 못하고 말았는데요. 세종대왕이 건강관리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출처 문화재청 세종대왕 유적관리소 홈페이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세종대왕

    세종대왕은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이었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다리가 아파 고생했고, 중년에는 등에 종기가 자주 나 누워 자는 것도 힘들어했습니다. 소갈증과 임질에도 시달렸고, 말년에는 눈병인 안질과, 일종의 고관절염인 건습(蹇濕)으로 괴로워했는데요. 그래서 재위 후반기에는 대부분의 정사를 세자인 문종에게 맡겨야 했습니다. “한 가지 병이 겨우 나으면 한 가지 병이 또 생기매 나의 쇠로(衰老)함이 심하다.” 세종의 고통이 절절히 느껴지는데요. 그런데 세종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병에 시달린 걸까요? “평상시에도 게으르지 않으시와 밤낮으로 자는 것을 잊으시더니, 근심하시고 수고로우심이 오래 쌓여 드디어 병에 이르게 되었다.” 세종실록을 보면 유별나게 성실했던 워커홀릭 세종의 ‘일 중독증’이 병으로 이어졌다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당시 상황은 세종이 워커홀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적장자가 아니었지만 큰형 양녕대군을 대신해 태종의 제위를 물려받은 데다가, 조선 자체도 건국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다지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었죠. 태종은 자신이 상왕으로 있으면서 세종을 후원할 생각이었지만, 태종 역시 세종 4년에 갑자기 죽고 맙니다. 조선 왕실의 기틀을 세우는 그 큰 짐이 20대 젊은 왕의 어깨 위에 지어진 셈이니, 얼마나 할 일이 많았고,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겠습니까? 결국  세종은 즉위  7 년째 되던 해 중병에 걸립니다. 실제로 궁 밖에서 관을 짜며 세종의 죽음에 대비했을 정도였지요. 머리가 찌르는 듯이 아픈 두통과 설사가 멈추지 않는 이질로 크게 고생했는데, 아무도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몰라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하양(河讓)’이라는 요동(遼東) 출신 명의가 명나라 사신을 따라 서울에 와있었는데요. 세종을 진찰한 하양은 2가지 탕을 처방합니다. ‘향사 칠기탕’과 ‘양 격 도담탕’인데요. 2가지 모두 마음속 화(火), 즉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처방이었습니다. 즉위 초반 받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피로가, 29세 한창나이였던 젊은 왕의 목숨을 위협하게 된 것이지요. 하양의 처방 덕분인지 세종은 가까스로 위험한 고비를 넘겼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에도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밤낮으로 문서와 책을 읽어대 결국 ‘안질’이 생긴 세종은 두 눈이 깔깔하고 흐릿하며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문종은 이런 아버지 세종을 위해 직접 전복을 요리한 적이 있는데요.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께서 일찍이 몸이 편안하지 못하므로 임금(문종)이 친히 복어(鰒魚·전복)를 베어서 올리니 세종이 맛보게 되었으므로 임금이 기뻐하여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였다”라는 기록도 있습니다.

    전복,  흰 수탉, 누런 암꿩 그리고 양고기

    여기서 잠깐 ‘전복’의 효능을 소개해드리면요. 전복은 바로 이런, 간의 화로 인한 두통을 완화해주고, 혈압을 내려주며, 눈을 밝게 해 줍니다. <본초강목>에는 “햇빛을 보면 눈이 시리거나 공포스러운 사람은 전복을 국화꽃과 같이 달여 먹으면 좋다”라고 되어있죠. 일반적으로는 전복육을 먹지만, 시력을 개선하는 효과는 ‘석결명’이라고 부르는 전복 껍데기가 더 크다고 합니다. 전복 껍데기를 살펴보면 작은 구멍이 있는데, 보통 9개의 구멍이 있다고 해서 ‘구공라(九孔螺)’라고 부릅니다. 전복 껍데기를 데워서 눈을 찜질하는 것만으로도 효험이 있다고 할 정도이니 문종의 대처는 상당히 훌륭했다고 볼 수 있지요. 여러분 중에도 밤늦게까지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실 걸로 생각되는데요. ‘요즘 눈이 좀 침침하고 아프다, 시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느껴지시는 분들은 전복을 자주 드시거나, 전복 껍데기로 찜질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참고하시면 좋을 만한 왕의 처방이 있습니다. 세종은 목이 타는 듯이 마르는 ‘소갈증’으로도 고생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소갈증은 요즘 병명으로는 ‘당뇨’에 해당합니다. 세종이 소갈증을 없앨 목적으로 처방받은 음식은 흰 수탉, 누런 암꿩 그리고 양고기인데요. 닭은 본래 삼계탕에 들어갈 정도로 속을 데우는 음식으로 유명하고, 꿩 역시 신맛이 있는 따뜻한 음식으로, 속을 안정시켜 갈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습니다. 닭과 꿩과 양고기의 공통점은 ‘온성’ 즉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여러분, 갈증을 느끼는 증세에 왜 온성의 식품으로 대처하는 걸까요? 스트레스나 과로로 체력이 떨어지면,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인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보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항상성’이란 걸 유지하기 위해 인체의 기능을 ‘항진’시켜 대응하게 되는데요.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갈증과 식욕 항진이기 때문입니다. 체력을 보강해주면서 열성 상태를 조절하는 처방이 한의학적 처방의 대세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추천하는 식약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된 것들이지요. 기계가 과열되면 윤활유를 뿌려 진정시키듯, 오미자나 맥문동 같은 촉촉한 성질의 약이 소갈 처방의 대세인데요. 세종처럼 목이 타는 듯이 마르는 증세로 고민 중인 분이 계시다면, 이밖에도 생연 뿌리즙이나 하눌타리 뿌리, 칡뿌리 등을 달여 마시면, 제법 도움이 되실 겁니다.

    세종의 병은 원인, 생활 습관

    세종의 병은 상당 부분 그의 생활 습관이 만든 것 들이었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정사를 보느라 사냥 같은 운동을 멀리하고, 백성의 삶을 살피느라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홀히 한 탓이지요. 건습, 안질, 임질, 소갈증 같은 병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만성피로에 따른 면역력 저하입니다. 세종은 자신이 몸에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치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영조와는 달리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고, 병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주인이 되지 못했던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세종대왕은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성실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게을렀던 사람이지요. 여러분은 자기 몸의 주인이신가요? 그렇지 않으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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