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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발렌시아 수족관여행지 이야기 2021. 10. 22. 23:26
한때 무적함대로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였던 나라가 바로 스페인 입니다. 중남미 국가 가운데 브라질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역사의 유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유럽 최대 규모의 수족관은 스페인 에 있습니다. 발렌시아 수족관 이 바로 그곳이지요.
지중해에 면해있는 발렌시아는 스페인 제3의 도시 입니다. 이곳에 ‘예술과학도시’라 불리는 과학, 기술, 자연, 예술, 교육, 놀이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 자리 잡고 있지요. 발렌시아 수족관도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예술과학도시를 방문하면 첫인상이‘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 같지 않네’라는 것입니다. 마치 미래의 어떤 도시에 와 있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인데요. 모든 건물은 관람객의 눈을 확 잡아끌고, 아주 먼 미래에서나 만날 것 같은 건물의 외관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과학관, 수족관, 아이맥스 영화관 겸 천체과학관, 오페라하우스, 야외정원 등으로 구성된 ‘예술과학도시’는 이곳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와 마드리드 출신 건축가 펠릭스 칸델라가 함께 설계하였습니다.
오세아 노 그라피 코(Oceanografico)라고 불리는 발렌시아 수족관은 해양테마공원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 수족관은 지중해관, 해양관, 열대관, 극지관처럼 별도의 건물로 되어있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답게 해양공원 전체 면적은 11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5백여 종 4만 5천 마리가 넘는 해양생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002년 12월 개관하였으며,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갑니다. 발렌시아 수족관은 건축양식이 독특합니다. ‘예술과 과학도시’의 다른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아방가르드(avant-garde) 풍입니다. 아방가르드는 기존 예술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인 예술을 주장하는 소위 전위파 예술가들의 운동을 말하지요.
발렌시아 수족관으로 들어가는 건물은 정면에서 보면 상어 머리를 닮았습니다. 하지만 각도를 조금 달리해 보면 말안장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얀색 지붕과 유리벽에 반사되는 파란 하늘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참 잘 어울립니다. 입구로 들어가 왼쪽으로 가면 지중해관 이 나타납니다. 지중해에 살고 있는 곰치나 쏠배감펭과 같은 어류, 해삼과 같은 무척추동물을 되도록 자연환경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지요. 지중해관을 나오면 습지-조류관이 나옵니다. 커다란 공 모양의 우리 속에 각종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습지관은 야외에 있으며, 온대 습지와 열대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숲을 보여줍니다. 커다란 부리로 깃털을 고르고 있는 펠리컨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온대 -열대관 은 길이 70미터에 달하는 유럽에서 가장 긴 수중터널로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바닷속을 산책하는 기분이 나지요. 온대 바다에 사는 해양생물에서부터 열대 바다에 사는 해양생물까지 모두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온대 해역 구역에서는 바다 물범, 바흐 캘리포니아 해안에 발달한 다시마 숲에 사는 생물, 일본 이즈반도 바닷속 생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70미터 길이의 수중터널을 따라가다 보면 대서양의 온대 해역부터 열대해역으로 가면서 점차 바뀌는 생물을 자연스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수중터널이 끝나는 곳에는 인도양, 태평양, 카리브해에 사는 해양생물을 보여주는 열대해역 수조입니다.
해양관 은 길이 약 30미터 되는 수중터널을 지나가며 관람합니다. 투명한 아크릴 수중터널 위로 상어와 가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쳐 지나다닙니다. 극지관 은 북극관과 남극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북극관 은 마치 에스키모의 이글루처럼 생겼습니다. 이곳에서는 북극에 사는 흰돌고래 벨루가와 바다코끼리를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인데요. 벨루가는 몸 전체가 하얀색이고, 얼굴을 정면에서 보면 톡 튀어나온 이마와 웃는 듯 다문 입이 참 재미있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관람객들의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 옆 남극관 에는 남극의 대표적인 동물인 펭귄들이 있습니다. 펭귄들이 뒤뚱뒤뚱 걷는 귀여운 모습이나 물속에서 물고기보다 더 빨리 헤엄치는 모습을 보려고 아이들 손잡은 부모들로 늘 붐비는 곳이지요. 발렌시아 수족관에는 해양생물을 전시하는 수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북이나 돌고래 연구, 멸종위기종의 번식을 위한 연구,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동도 있지요.
스페인 수족관 중에 하나 더 소개할 곳은 2008년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물을 주제로 열린 엑스포를 위해 만들어진 사라고사 수족관입니다. 사라고사 수족관은 강에 사는 생물을 주로 전시하는 것이 특징 인데요. 가장 유명한 것은 수심 9미터의 거대한 담수 수조 ‘세계의 강’입니다. 전 세계 강의 근원을 나타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죠. 그리고 수족관은 각각의 대륙을 대표하는 5개의 강을 주제로 5개의 전시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사라고사 수족관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는 유럽에서 가장 큰 민물 수족관이라는 것인데요. 즉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큰 해양수족관과 민물 수족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건축과 예술의 나라 스페인, 혹시 여행을 하시게 된다면 수족관도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