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트레킹, 초령 고도여행지 이야기 2021. 10. 22. 20:35
TV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지 중 하납니다. 대부분은 타이베이 시내 위주로 관광을 즐기시곤 하는데요. 하지만 대만의 진면목은 풍요로운 산과 바다입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이러한 대만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인데요. 예전 북쪽의 푸롱(福隆) 사람들이 남쪽 따리(大里)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 넘었던 길, 바로 차오링 옛길입니다. 우리말로는 초령 고도(草嶺古道)라고 하는데요. 이름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풀밭과 수려한 바다 풍광이 아름다운 옛길입니다. 이 길이 열린 것이 청나라 때인 1807년이라고 하니까요. 2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길이기도 합니다.
대만 동북쪽 ‘동북각 해안지구’에 위치한 차오링 옛길을 가기 위해선, 먼저 푸롱역으로 가야 합니다. 교통의 중심인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기차로 불과 1시간 거리죠. 차오링 옛길은 푸롱역에서 차오링(草嶺)을 넘어 따리 역까지 이어지는데요. 8.5km 넉넉하게 4시간쯤 걸리는 쉬운 길로, 출발점은 길 찾기가 쉬운 따리 역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푸롱역에서 기차를 타고 7분이면 따리 역에 닿는데요. 동북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기찻길이 운치 있습니다.
간이역처럼 작은 따리 역에 내리면 차오링 옛길의 이정표가 잘 보이는데요. 트레킹 하는 내내 이정표가 곳곳에 있어 길 잃을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조금 지나면 앞쪽으로 지붕이 화려한 ‘절’이 보이는데요. 이 절은 ‘천공 묘’(天公廟)란 현판을 달고 있으며 옥황상제. 관우 등 다양한 신을 모시는 도교사원입니다. 향을 비우며 정성껏 기도 올리는 대만 시민들의 모습이 우리와도 많이 닮았더군요. 옛길은 절 뒤로 쭉 이어지는데요. 꼭 절 입구 관광안내소에서 차오링 옛길 지도를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다시 길은 구불구불 이어지며 시나브로 고도를 높입니다. 화장실을 지나 서너 번 모퉁이를 더 돌면, 세찬 바람이 불면서 어느새 차오링 정상에 올라섭니다. 정상에는 2개의 정자가 있는데요. 그 앞에 서면 시야가 넓게 열리면서 태평양 바다가 와락 품에 안깁니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거북섬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정자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풍경을 마음껏 즐겼는데요. 차오링을 내려가기 전에 차오링산을 좀 더 올라가 보는 게 좋습니다. 차오링 옛길의 진짜 보물은 산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20분쯤 오르면 정자가 선 봉우리에 올라서는데요. 사방으로 장쾌한 조망이 열립니다. 시퍼런 바다 위로 우리나라 소백산 같은 초원 능선이 유장하게 흘러가는 모습이 일품이고요. 뒤를 돌아보면, 따리 역부터 올라온 차오링 옛길이 그야말로 구절양장으로 펼쳐진 모습이 장관입니다. 산사면에 가득한 풀과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정자에서 만난 현지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들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 무척 궁금해하더군요. 인터넷에서 찾아봤다고 하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저보고 행운아라고 했죠. 저도 그 말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산과 바다를 충분히 즐겼으면, 이제 하산할 시간입니다. 차오링에서 푸롱 방향으로 내려서는 입구를 ‘야커 우’(啞口)라고 합니다. 여기 오르면 나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사가 난다는 뜻이죠. 야커 우 바로 아래에 초서체로 쓴 ‘후쯔베이’ 즉 호자 비(虎字碑)가 있는데요. 예전에 유명 등(劉明燈)이란 관리가 이곳을 순찰하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자, 억새를 붓삼아 바위에 호자를 써 바람을 제압했다고 하네요.
호자 비를 지나면 휘파람 절로 나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나오는데요.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호젓한 길이 이어집니다. 길에는 일일이 두꺼운 돌을 깔았는데요. 덕분에 길 찾기도 쉽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납니다. 다시 길은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다가 띠 에쓰 마 치아오(跌死馬橋) 다리를 만나는데요. 옛날 먼 길을 걸어온 말들이 여기서 쓰러져 죽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다시 길을 나서 위엔왕컹공원을 지나 위엔왕컹 공원 입구(遠望坑口)에 닿으면서 차오링 옛길은 마무리되는데요. 여기서 푸롱역까지는 버스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차오링 옛길은 타이베이에서 가깝고 대만의 수려한 자연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옛길을 걸은 후에는 동북각 해안을 자전거로 둘러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곳은 자전거 천국으로 불릴 만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요. 푸롱역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무려 4㎞나 이어진 차오링 자전거 터널, 산 따오쟈우등 대, 라이라이 해식 평지 등 독특한 절경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