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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여행, 해골사원여행지 이야기 2021. 10. 22. 21:06
로마에 가면 산타마리아 델라 콘 체치 오네라는 성당이 있습니다. 17세기 세워진 이 성당은 속칭 ‘해골 사원’이라고 하는 지하 납골당으로 유명합니다. 약 4 천구의 시신이 묻혀 있는데요. 납골당에 시신이 묻혀 있는 거야 하등 이상할 게 없지만,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그 4 천구의 시신, 아니 4 천구의 해골과 뼈가 ‘작품’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뼛조각을 모아 만든 샹들리에, 촛대, 벽난로, 심지어 뼈로 만든 소파까지, 각방의 모든 가구와 인테리어가 뼈로 만들어진 곳도 있습니다. 이 뼈는 모두 진짜 뼈입니다.
저도 2년 전에 여길 방문했는데요. 처음에는 으스스하다가, ‘저건 무슨 뼈지? 어떻게 만든 거야?’하는 호기심에 무서움도 사라지더군요. 하지만 끝까지 적응이 안 되는 건, 미라처럼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진짜 시신들입니다. 해골 장식으로 만들어진 거실 같은 방에 어떤 시신, 주로 저명한 수도사들이라고 하는데요. 그 수도사들의 해골에 수도복까지 입혀서 살아 있는 사람처럼 자세를 잡아 뒀습니다. 차라리 뼈만 있으면 덜 무서울 텐데, 어떤 건 머리카락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피부가 일부 남아서 뼈에 말라붙어 있는 것도 있는데 정말 오싹하더군요.
도대체 누가 왜 이런 그로테스크한 조각을 만든 걸까요? 도통 설명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한 전시실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중세 시절부터 성당은 예배의 장소만이 아니라, 각종 수공업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공장, 상점의 역할도 겸했습니다. 특히 고급 수공 제품은 특별한 성당에서만 제작했고, 일부는 현재까지도 고급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데요.
이 성당도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상품 제작소였습니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작은 전시실에서 당시 생산하던 상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요. 사진 촬영을 금지해서 보여드릴 수 없어 유감입니다만, 양피지로 만든 고급 책과 펜, 허브 연고, 고위 사제가 사용하는 장신구 등이 있었습니다. 책이 무슨 고급 제품이냐고 의아해하실 수 있는데요. 책은 활자인쇄술이 나오기 전만 해도, 장정과 필사, 그림과 도안이 들어가는 대단히 정교하고,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수공업 제품이었습니다. 좋은 책 한 권이 현재 시세로 2, 3천만 원을 호가했죠.
이렇게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걸로 봐서, 이 사원은 여러 종류의 고급 기술자들을 보유했던, 대단히 특별한 성당이었던 것이 분명했는데요. 이렇게 특출한 장인이 많다 보니 특출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보통 납골당은 시신을 그냥 안치하는 곳이고, 세월이 지나면 시신이 꽉꽉 들어차 뼈와 먼지만 가득한 창고가 돼버립니다. 하지만 해골 사원 사제들은 ‘뼈를 활용해 지하세계의 사원을 건축하자!’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죽은 사람이 곧 지하세계의 성당이 되고, 저명한 수도사들이 그 성당의 사제가 되어 영원히 사제직을 수행하는 거죠.
그런데 한 가지, 이탈리아에는 굉장히 많은 성당이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한 성당은 거의 없습니다. 이 성당이 특별한 성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바로, 고급 기술을 가진 뛰어난 장인 수도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발상을 하고, 그 발상을 실천에 옮길 수도 있었을 겁니다. 수도원이나 성당에서 일하는 기술자 수도사들은 일반 직공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작품 활동이 곧 신앙생활, 수도생활이기 때문에, 이들은 세속적인 직공보다 훨씬 깊게 자신의 일에 집중합니다. 이런 분위기와 여건이 해골 사원이라는 독특한 결과물로 구현된 거죠.
남들과 다르게 뭔가에 깊이 몰입하는 사람,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괴짜’라고 합니다. 해골 예술품을 만든다면 괴짜를 넘어 괴물이라고 했을지도 모르죠. 조직에서 이런 사람들은 골칫거립니다. 고용주 입장에선 효용이 떨어지는 직원이고, 동료 입장에서도 팀의 화합과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죠. 그런데 여러분,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이 바로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평가하는 말에 이런 문구가 있죠.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사람이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을 이룬다.” 괴짜가 괴물 같은 업적을 이룬다는 말입니다. 에디슨도, 잡스도, 알고 보면 이런 사람들이었죠.
이런 인재는 어떻게 찾아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런 천재급 괴짜들은 특징이 있는데, 자기 일에 너무 몰두해서 자신의 가치를 본인이 알지도 못하고, 증명도 못한다는 겁니다. 어떤 조직이든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사람을 채용합니다. 가치를 더 증명할수록 승진도 빨리 하죠. 이런 기준 아래에서 괴짜들은 고용주를 화나게 하고 동료들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 됩니다.
결론이 나왔죠. 괴짜의 가치와 활용법은 리더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괴짜는 꼭 에디슨 같은 천재들만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발상을 전환시키고, 스스로를 가두는 틀에서 벗어나려면 다양한 괴짜가 필요한데, 우리는 이 괴짜들을 늘 같은 기준에서 보기 때문에 그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조직을 이탈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스스로 만든 늪과 한계에 갇히게 되죠. 여러분은 혹시 이런 인재를 놓쳤던 적이 없으신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