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네팔 트레킹, 쿰부 히말라야
    여행지 이야기 2021. 10. 21. 01:24

    오늘은 ‘첫사랑’에 비유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네팔의 쿰부 히말라야>입니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품고 있으며, 광대한 히말라야 중에서도 가장 스펙터클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큰 감동을 받았고, 이후 발걸음을 안나푸르나, 카라코람, 알프스 등으로 넓히는 계기가 됐는데요. 그동안 세상 많은 길을 걸었지만, 아직도 ‘쿰부’란 말을 들으면 여전히 가슴이 콩콩 뜁니다.

     

    오늘 소개할 쿰부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코스는 1953년 英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올라간 길이 트레킹 코스로 자리 잡은 길입니다. 그래서 英 원정대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죠. 무엇보다도 풍경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에베레스트와 로체 등의 고봉들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웅장한 풍경을 빚어내는데요. 여기에 셰르파족이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일궈낸 독특한 문화가 어우러져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우선 출발부터 극적입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트레킹 출발점 루클라까지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데요. 비행기는 히말라야 봉우리 사이를 유유히 날다가 느닷없이 산비탈을 향해 돌진합니다. 여기 활주로는 벼랑을 깎아 만들었기에 대부분 이렇게 착륙하는데요. 루클라에 내리면 설산들이 우뚝한 그야말로 별천지가 펼쳐집니다. 서늘한 히말라야의 바람을 맞으며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2시간쯤 걸어 팍딩 마을에 도착했는데요. 여기서 대망의 첫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팍딩에서 하루 종일 올라가면 셰르파 마을인 남체에 도착하는데요. 이곳에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 해 집니다. 깊은 산중에 상상할 수 없이 거대한 마을이 펼쳐지고, 주변은 6,000∼7,000m 높이의 설산이 수문장처럼 마을을 호위하고 있죠. 남체는 예로부터 티베트에서 넘어온 물건이 거래되는 큰 장이 서는 마을로, ‘남체 바자르’라 불렸습니다. 3,440m 높이에 건설한 이 마을은 히말라야 설산만큼 너무나 경이로웠습니다. 남체에 도착한 저를 축복하듯, 그날 밤은 날이 화창해 실컷 별구경을 했습니다.

     

    그다음 날의 코스는 텡보체로 가는 길입니다. 남체 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텡보체 가는 길이 이어지는데요. 산허리를 따르는 길은 걷기에도 좋아 휘파람이 절로 났습니다. 모퉁이를 돌면 돌탑 앞에서 시원하게 조망이 열리는데요. 여기서 쿰부 히말라야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왼쪽 멀리 에베레스트가 눈을 연기처럼 날리고, 오른쪽으로 셰르파족이 가장 신성시하는 아마다블람이 우뚝 솟았습니다. 언덕 위에 자리한 텡보체는 거대한 곰파가 자리한 마을인데요. 쿰부 지역에서 가장 큰 곰파 중 하나로 백 년 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여기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은 다음 한동안 걸으면서 풍경에 취해있다 보니, 하룻밤을 머물 마을인 팡보체에 이르렀는데요. 조금 무리를 했더니 밤에 고소증세가 나타나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새벽에 고단한 몸을 이끌고 다시 길에 나섰습니다. 고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쿰부 빙하를 향해 걸었는데요. 이때쯤 되면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몽롱한 상태로 걷게 됩니다. 그저 발이 움직이니깐, 길이 있으니깐 걷는 것 같았죠. 싸락 싸락 내리는 눈을 맞으며 언덕을 넘어서자 드디어 고락셉의 로지들이 보였고 이곳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사람들의 기척에 일어났더니, 다들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일출을 보기 위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보다 조망이 좋은 칼라파타르 언덕 코스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이 길을 나서자 앞쪽으로 헤드랜턴 불빛이 꼬리를 무는데요. 마치 반딧불이가 떼 지어 날아오르는 듯 보였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시나브로 오른쪽 검은 봉우리인 에베레스트 꼭대기가 눈부시게 빛납니다. 조금만 더 힘내 걷자 돌탑이 보였는데요. 여기가 바로, 5,550m 높이의 최고점 칼라파타르 정상입니다. 이곳에 서자 왠지 히말라야를 전부 가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산을 내려와 처음의 루클라로 돌아오면 트레킹이 마무리됩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전 세계 트레킹 코스 중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자신을 가장 낮춰야 비로소 길이 열리는데요. 그 이유는 고소 때문입니다. 이 고소 덕분에 제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게 되더군요. 고소에 순응하기 위해선 무조건 천천히 걷고, 물을 많이 마시고, ‘다이 아목스’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쿰부히말 라 트레킹의 정수는 설산과 평화롭게 어우러진 남체, 텡보체, 팡보체 등의 마을이었습니다. 이렇게 신이 깃들어 있는 듯한 설산과 순박한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