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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남중국해를 지나 동중국해 쪽으로 가볼까 합니다. 극동아시아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그곳입니다. 황해와 동해, 동중국해를 포함하는 이 바다를 동아지중해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이 주장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중해’하면 유럽의 ‘지중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세계에는 ‘지중해’라고 불리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지중해, 그 의미는 땅(육지) 가운데에 있는 바다인데요. 사실 땅이 바다를 모두 둘러싸고 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계가 육지로 둘러싸여 있는 경우 지중해가 됩니다. 바다가 되려면 다른 바다와 연결되어야 하니 당연히 지중해는 해협으로 다른 바다와 연결되어 있지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동아지중해라는 표현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동아지중해에는 동중국해와 그 북쪽에 위치한 황해가 있습니다. 동중국해는 영어로는 'East China Sea’로 표기하고 'Tung Hai'를 병기합니다. 뚱 하이는 동해의 중국식 발음인데요. 중국해는 중국이 워낙 크다 보니 남중국해(난하이, 南海)와 동중국해로 구분됩니다. 물론 과거에는 대청 해, 대명 해로 표기하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나라 이름이 바뀌면서 바다 이름도 바뀐 경우이죠.
동중국해 북쪽에는 황해가 있습니다. Yellow Sea. 노란 바다로 보다 적절한 표현을 찾자면 누런 바다가 되겠습니다. 중국 황하에서 유입되는 토사의 영향으로 바다 색깔이 누렇게 변해 붙여진 이름이죠. 황해에서 더 들어가면 발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대국가 발해를 떠올리신 분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중국발음으로나 국제적으로는 보하이라고 불리는 바다로 중국에서는 북쪽 바다라는 의미에서 북양, 북해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발해’라는 바다 이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라 ‘발해’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 지명이 먼저입니다. 조선시대의 학자 유득공의 ‘발해고’라는 책을 보면 발해는 원래 지명이었다는 것이 언급됩니다.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은 국명을 ‘대진(大震)’이라고 했으나, 당시 당나라는 이 나라를 제후국으로 간주하고, 대조영이 발해지역 출신이라고 여겨 발해왕 대조영이라고 명명했다는 것이죠.
이제 한국의 바다로 가볼까요. 우리나라의 동쪽바다는 흔히 동해라고 부르고 한국해, 한국만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려 왔는데요. 지금은 일본 해라는 이름과 다툼이 있는 바다라는 것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이 바다는 일본에서 보면 북쪽 바다(홋카이)입니다. 그 흔적은 일본의 북쪽에 있는 섬, 홋카이도 즉, 북해도라는 지명에 남아 있는데요. 역사적인 시기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보통 동해는 일본의 남쪽에 있는 태평양 연안의 바다를 의미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본열도가 동서방향이기 때문에 동해는 북해, 남쪽바다는 큰 바다이기 때문에 남양이라고 불렀죠. 여기서 남양은 일본 남쪽의 큰 바다를 의미하는데요. 바로 태평양입니다. 아마 ‘남양진주’라는 말을 들어본 분들 있으실 겁니다. 일본의 남쪽바다 즉 남양에서 생산되는 진주로 크고 광택이 좋아서 품질 좋은 것으로 유명하죠.
우리나라 동해에서 북쪽으로 나아가면 오호츠크해를 만나게 됩니다. 발음만으로도 러시아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오호츠크’라는 말은러시아 시베리아 탐험대가 자리를 잡은 하천인‘오호타 하구에 위치한 도시’라는 뜻입니다. 동해와 오호츠크해를 연결하는 해협은 타타르 해협인데요. 타타르 해협에는 아무르강이 유입되어 아무르 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또 사할린섬과 캄챠카반도의 영향으로 사할린 해, 캄챠카 해, 라마 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죠. 오호츠크해의 남쪽 경계는 캄챠카반도와 일본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쿠릴열도인데요. 쿠릴은 아이누족 말로 ‘사람’을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고요. 러시아 사람이 화산에서 뿜어 나오는 수증기와 열기를 보고 러시아말로 ‘쿠리 띠(kurit)‘ 즉 ’ 연기가 나는 ‘이라는 의미로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고도 전해집니다.
오호츠크해에서 캄챠카 반도를 돌아 빠져나가면 태평양 북쪽 끝에 베링해가 있습니다. 이 바다를 비롯해 태평양과 북빙양을 연결하는 베링해협, 베링섬 등은 모두 덴마크 출신 러시아 해군 장교였던 비투스 베링의 이름에서 유래했는데요. 그는 1725년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요청으로 광대한 시베리아를 횡단해 오호츠크해를 거쳐 알래스카, 정확하게는 알래스카 연안의 카약 섬까지 모두 2차례 탐험을 했습니다. 비투스 베링이 제2차 탐험 도중 질병으로 사망하자 그의 탐험 성과는 러시아가 모두 차지하게 됐는데요. 러시아는 알래스카와 시베리아의 방대한 땅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베링해에 서식하는 엄청난 수의 해달을 포획해 모피 교역 산업을 활성화시켰고, 그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거두었습니다. 베링해 탐험은 베링에게는 이름을 남기는 명예를 남겨주었지만 이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 포유류에게는 비극의 시작이었던 셈이죠.
오늘은 극동아시아의 바다 이름을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러시아로 이어지는 북태평양의 일부를 짚어본 것인데요. 이 바다 이름에서 우리는 소외되어 있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의 바다로 둘러싸인 동아지중해의 우리나라가 미래에는 해양강국으로 부상하여, 로마제국시대의 지중해를 로마인들이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 우리 바다)’이라고 불렀듯 우리도 동아지중해를 ‘우리 바다’라는 이름으로 불러 볼 날을 기대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