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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초의 식물원, 한택식물원
    여행지 이야기 2021. 10. 21. 01:02

    지금 여러분 마음에는 봄이 왔는지요? 이곳은 언제나 봄입니다. 바로  한국의 정원으로 불리는 한택식물원입니다. 온실 속에 자란 화초가 아니라 비바람을 이겨낸 들꽃과 들풀이 가득해, 들어서자마자 은은함이 배어납니다. 이곳은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식물이 주인이기에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자란 꽃들은 진한 향기를 품어냅니다.

     

    한국 최초의 식물원 인 이곳은 1981년 설립되었는데요. 설립자인 이택주 원장은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가 모두 소중하다는 일념으로 10년 넘게 국내외를 다니면서 식물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식물원은 개인자산이 아닌 식물을 사랑하는 모든 이가 공유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바꿔 마음대로 식물원을 처분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런 집념이 지금 국내 최고의 식물원으로 우뚝 서게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요. 20만 평 면적에 자생식물 2천4백 여종, 외래식물 7천여 종 등이 저마다 인사를 건넵니다. 가시연꽃, 털복주머니란 등 멸종위기 식물까지 볼 수 있지요. 특히 봄꽃이 화려한데요. 복수초를 시작으로, 3월에는 매화와 산수유, 4월에는 튤립과 수선화, 5월 모란과 작약, 6월 원추리, 7월 나리꽃 등 열흘마다 꽃은 릴레이 선수가 되어 바통을 이어줍니다.

     

    한택식물원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생태원에는 국내 자생식물을 생태환경에 맞게 심어 놓았습니다. ‘깽깽이풀’은 한국의 자생화가 화려하지 못하다는 말을 불식시키는 꽃으로 산골짜기 낮은 곳에서 자라는데요. 잎은 둥근 심장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개미가 종자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궁화원, 약용식물원 등 테마 정원은 그냥 보는 것보다 전문 숲해설가의 생태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꽃이 더욱 예뻐 보입니다. “산수국은 꽃이 작고 못생겨 벌들이 자신을 찾지 않을까 봐 고민하지요. 그래서 잎으로 만든 가짜 꽃을 피어내는데요 이를 ‘무성화’라고 합니다. 이 화장발이야말로 벌을 유혹하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이라 보면 됩니다.”

     

    ‘처녀치마’는 줄기에 매달린 꽃이 마치 미니스커트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인데요. 기온이 낮을 때는 꽃대가 낮게 있다가 기온이 올라가면 엘리베이터처럼 높이 올라갑니다. 그래야 씨앗이 멀리 퍼져나갈 수 있죠. 긴 꽃줄기에 꽃을 여러 개 달고 있는 금낭화도 참 곱지요. 옛 여인들이 치마 속에 달고 다니던 주머니처럼 보인다고 하여 ‘며느리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듯 꽃마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호주 온실 테마정원에서는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 나무를 볼 수 있고요. 동화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바브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나치기만 해도 약초 향기가 물씬 나는 약용식물원과 백두산 부석에 앵초류를 심은 시크릿가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식물원 가장 위쪽에 있는 비봉산 생태식물원을 거니는 것이 좋은데요. 계곡을 사이에 두고 생강나무, 철쭉, 노린재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며 곰취, 참취 등 산나물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습니다. 조용히 거닐기만 해도 숲이 선사하는 오묘한 에너지에 온몸이 편안해집니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소확행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는 분들이 많지요. 서울 근교에 이렇게 멋진 식물원에서 야생화와 함께 일상의 행복을 누려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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