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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의 가격 차이경제 이야기 2021. 10. 27. 05:15
소비자의 상품 구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기 전 반드시 거치는 과정 하나를 꼽으라면 뭘까요? 가격 비교가 아닐까 싶은데요. 현대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또는 웹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해도 바로 구매하지 않고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양한 채널에 올라온 상품을 가격 비교합니다. 또 과연 지금이 최저가일까 곰곰이 따져보죠. 오늘은 날로 변화무쌍 해지는 이 새로운 가격의 세계에서 기업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지, 그리고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비자의 가격 비교 습관
먼저 소비자들에게 왜 이런 가격비교 습관이 생겨났는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과거에는 동일한 상품은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었습니다. 가격이 정해진 만큼 경쟁구도 또한 단순해 소비재/유통 산업의 경우 오프라인 상에서 잘 팔리는 진열대를 선점한 기업이 가장 많이 판매할 수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온라인 채널의 부상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유통기업이 가격을 갖고 경쟁하면서 유통채널에 따라 같은 상품도 다른 가격에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유통채널별로 시시각각 가격이 차별화되는 이른바 멀티채널 프라이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멀티채널 프라이싱 전략
이와 같은 기업의 멀티채널 프라이싱 전략을 소비자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맥킨지(미국 거주, 2400명 설문조사)의 소비자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미국 소비자의 59%는 이제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의 가격 차별화를 편안하게 인정한다고 합니다. 특히 저가(3$) 상품보다 중가(30$), 고가(300$) 상품에서 가격 차별화에 더 관대한 성향을 나타냈는데요. 해석해 보자면, 미래의 소비시장은 가격 차별화, 즉 멀티채널 프라이싱을 점점 더 자연스럽게 인정할 거란 예측이 가능한데요.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지 않으면 고객이 이에 불만을 품고 이탈할 것이라는 과거의 통념은 이제 더 이상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멀티채널 프라이싱 전략을 잘 구사하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멀티채널 프라이싱 전담조직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조직의 역할은 빅데이터 분석, 소비자 설문조사 등을 활용해 고객 세그먼트별 지불의향 및 가격 탄력도, 경쟁사의 가격 추이, 가격 차별화에 대한 소비자 수용도 분석인데요. 이 분석을 통해 고객별, 채널별, 시즌별, 상황별 최적 가격을 도출하는 것이죠. 가격 책정에서 업무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최적 가격이 예측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시장 반응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만약 예측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더 나은 가격도 제시해야 합니다. 최근 월마트의 Pricing team은 온라인에서는 아마존과 유사한 가격을 책정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아마존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가격 차별화 전략을 테스트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접근이지만, 고객의 가격탄력성, 온라인 판매 시 발생하는 배송비, 오프라인 매장 집객효과 등을 종합 계산해보면, 플러스라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작업은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민첩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조직이 나누어 처리하기보다는 전담조직이 오너십을 갖고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차별화 전략 구사 방법
많은 소비자가 이제 가격 차별화를 편안하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여전히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바일앱, 웹사이트,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왜 가격이 다른지 궁금해하고 나아가 매장 사원, 콜센터, 웹 게시판 등에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고객 접점 현장의 모습은 어떨까요? 가격 차이에 대해 물어보면 ‘뭔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라던가 ‘본사 정책이라서 나는 잘 모른다’라는 식의 대응이 많은데요. 가격은 차별화했지만, 그 철학과 논리가 현장에까지 전파되지 않은 것입니다. 가격 차별화 전략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만큼이나 고객을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한데, 이를 간과한 것이죠. 가격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려면 그 효과 및 대응논리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된 교육이 필요한데요. 이때 ‘온라인 채널에서 할인해 주는 것은 고객이 구매 데이터를 제공해 준 것에 대한 답례’라는 대응논리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가격 책정
채널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할 때 착각하기 쉬운 게 있습니다. 고객이 채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했으니, 우리는 우리 채널에서 구입한 고객만 서비스하면 되겠네 하는 것인데요. 온라인 채널에서 싸게 구입한 상품을 고객이 반품을 희망한다면, 온라인 채널에서만 반품을 받아줘야 할까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그 온라인 고객을 외면하는 것이 맞을까요? 고객은 채널별로 가격이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지 서비스가 다르다는 것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오피스 데포는 고객이 어느 채널에서 구매했는지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자유롭게 지불 가격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반품 정책을 시행해 고객의 마음과 신뢰를 얻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채널별 상호 송객 효과가 발생했다고 하니 오피스 데포 입장에서 손해 본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죠. 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 따르면, 기업은 채널별 상품 가격을 최적화하는 것만으로도 이익률을 2%에서 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면밀한 분석에 앞서 고객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먼저임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익에만 집착하면 가격 차별화 전략은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격 탄력도에 따라 가격을 과도하게 변화시키다 보면, 자칫 잘못하면 고객의 마음과 기분을 영원히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차가운 숫자로 표현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감성과 배려가 녹아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