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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질랜드 트레킹, 통가리로 노던 서킷
    여행지 이야기 2021. 10. 21. 07:00

    통가리로 노던 서킷

    영화 ‘반지의 제왕’의 촬영지 뉴질랜드는 원시적 자연이 잘 보전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특히, 국토 전역에 트레킹 코스가 거미줄처럼 이어져 트레킹 천국으로도 통하는데요. 한국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해당되는 DOC는 수많은 코스 중에서 9곳을 선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북섬에 3곳, 남섬에 6곳이 있고, 이를 ‘그레이트 웍스’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유서 깊은 코스인 북섬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통가리로 노던 서킷’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뉴질랜드는 지구 남반부에 위치하기에 우리와 정반대의 계절을 갖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겨울철이 여행시즌이라 트레킹 하기에 좋습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킷은 활화산의 분화구를 걷는 트레킹 코스로 유명합니다. 유황 냄새 짙은 화산 연기 속에서 사각거리는 용암을 밟을 수 있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곳이죠. 이곳을 가기 위해선 뉴질랜드의 관문인 오클랜드에서 투 랑이까지 버스로 6시간, 여기서 트레킹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화카파파 마을은 1시간, 총 7시간쯤 걸립니다. 특히, 이 마을은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심장부로 관광과 트레킹의 베이스캠프이기도 한데요. 꼭 사전에 방문자센터에서 산장 예약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방문자센터를 나와 첫 번째 목적지 ‘화이 호호 누 산장’의 이정표를 보고 출발하면 키 작은 너도밤나무 관목 숲이 이어지는데요. 이 숲을 지나면 천둥처럼 폭포 소리가 들려옵니다. 화산암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타라나키 폭포인데요. 장쾌한 물줄기에 속까지 다 시원해졌습니다. 폭포를 뒤로하자 길은 급격히 가팔라지고 자취마저 풀숲에 사라지는데요. 하지만 통가리로 트랙은 전 구간에 걸쳐 안내 표식이 잘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오렌지색 화살표를 따라 크고 작은 시내를 몇 번 건너면 타마 호수를 만나는데요. 호수는 분화구에 물이 고인 칼데라 호로 청금석 같은 황홀한 물빛을 자랑합니다. 다시 호수를 지나 황량한 고원지대를 두 시간가량 오르면 울창한 숲 속에 요정이라도 살 것 같은 빨간 집 한 채가 보입니다. 1904년에 세워진 옛 화이 호호 누 산장인데요.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산장으로 지금은 산악 역사박물관으로만 이용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시내를 건너면 새로 지은 화이 호호 누 산장이 나오는데요. 서둘러 산장으로 들어가 고단했지만 황홀했던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둘째 날 아침은 매우 맑았습니다. 짐 챙겨 산장을 나오자 관리인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습니다. 이곳 산장 관리인은 대부분 여성들인데요. 산장 근무가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봤더니, 세계 각국의 여행자를 만나는 게 재미있다고 말하더군요. 화이호호누 산장을 뒤로하고, 힘겹게 능선을 오르자 만년설에 뒤덮인 북섬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이 바로 다가왔습니다. 이어 몇 개의 시내를 건너고 구릉을 넘자 레드 크레이터, 즉 붉은 분화구에서 흘러내려온 용암 줄기가 보였는데요. 유황 냄새의 독한 화산 연기가 온 산을 집어삼킬 듯 뿜어져 나왔습니다. 여기서 경사지를 넘어서자 화산 폭발로 생겨난 에메랄드 호수와 눈 덮인 봉우리가 거짓말처럼 나타났는데요. 호수에 다가서자 신비로운 푸른빛과 함께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더군요. 이어 거대한 분지인 센트럴 크레이터를 지나 나지막한 구릉 하나를 넘으면 짙푸른 하늘을 담은 호수가 보이는데요. 마오리들이 타푸(Tapu) 즉, 성역이라 부르는 블루 호수입니다. 눈부신 호수를 지나면 두 번째 숙소인 케테타히 산장에 닿습니다.

     

    셋째 날 아침, 발아래 세상은 온통 구름바다에 가려져있고 통가리로만이 홀로 솟아 외로운 섬과 같았는데요. 저는 전날 내려왔던 협곡을 거스르며 활화산의 진풍경에 홀려 정신없이 눈밭을 오르자 어느새 통가리로 정상에 닿았습니다. 이때 보인 잔설이 쌓인 원뿔 모양의 나우루호에 산은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운명의 산’처럼 느껴지더군요. 잠시 쉬면서 조망을 즐기다가 남동쪽 레드 크레이터로 내려갔는데요. 그 안의 마그마 분출구가 지옥의 문처럼 섬뜩하게 보였습니다. 금방이라도 시뻘건 용암이 튀어나올 것 같아 겁이 났습니다. 여기를 조심스럽게 건너자 나우루호에의 턱밑인 망 아테 포포 안부에 도착했는데요. 그곳에서 내려가면 출발지였던 화카파파 마을이 나오면서 트레킹이 마무리됩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 안에는 당일 코스로 북쪽 지역 일부만 걷는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오늘 소개한 3일 코스로 가는 ‘통가리로 노던 서킷’이 있습니다. 일정에 맞게 코스를 골라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트레킹을 마쳤으면, 뉴질랜드의 원시적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캠퍼밴 여행도 추천하는데요. 곳곳에 캠핑카, 캠핑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트레킹과 함께 이곳도 함께 이용해보시면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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