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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명상 앱, 캄경제 이야기 2021. 10. 20. 00:26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던 시기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로 2005년에 선보인 백만 달러 홈페이지란 것이 있었는데요. 100만 개의 픽셀로 이뤄진 홈페이지 화면을 1픽셀에 1달러씩 팔아서, 광고 배너를 게재해주는 곳이었습니다. 백만 픽셀이라고 해도 해상도로 따지면 1000x1000픽셀밖에 안 됩니다. 이 페이지는 그것 말고는 아무 기능도 없고요. 황당하죠? 그런데 황당해서 입소문을 타게 됩니다. 입소문을 타니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개설 넉 달 만에 100만 달러짜리 광고 배너를 다 팔았습니다. 그 홈페이지를 만든 사람이 바로, 당시 21살이던 알렉스 튜입니다. 학비를 벌려고 만들었다가 갑부가 됐죠. 2012년, 그때 그 학생이 새로운 앱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명상 앱 캄(Calm)입니다.
캄은 명상을 통해 우리가 가진 불안감을 줄이고,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유도해,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입니다. 이런 것을 디지털 명상이라고 하는데요. 2019년 6월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에 실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신경 학부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6주간의 디지털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의 주의력과 기억력이 향상됐다고 합니다. 뇌 활동과 기억력도 개선되었고요.
캄은 디지털 명상 앱 중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애플 스토어가 선정한 올해의 앱, 2018년에는 구글 플레이 에디터스 초이스 앱으로 뽑힌 앱으로, 전 세계에서 5천만 번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100만 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가 있다고 합니다. 2019년에는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최초의 정신 건강 유니콘 기업이 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해 약 1억 5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헬스-피트니스 앱 중에서 가장 많죠. 어떤 앱인지, 한번 볼까요?
앱을 실행하면, 이렇게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첫 화면이 나옵니다. 간단한 기능은 무료이지만, 기본적으로 회원 구독을 해야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초승달 아이콘을 누르면 슬립 메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콘텐츠 클릭)이 메뉴는 아이들에게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자기 전에 목소리로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명상 메뉴는 캄의 가장 핵심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상단을 보시면 자기 상태에 맞는 명상을 선택할 수 있고요. 그중 하나를 고르면 명상에 맞는 배경음악과 명상을 안내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번 들어볼까요? 아쉽게도, 영어만 지원됩니다. 뮤직 메뉴에선 명상하거나 쉬거나 자기 전에 들으면 좋은, 그런 음악을 골라서 들려줍니다. 일종의 힐링 뮤직이죠. 최근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캄 앱에서 핵심 기능 중 하나는 타이머인데요. 이 타이머를 이용하면, 자기 전에 몇 분 정도 이 소리나 노래를 들을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 다른 메뉴를 보면, 아이들을 위한 기능도 있고요. 영상을 보며 요가를 할 수 있는 메뉴도 있습니다. 그밖에 호흡 훈련을 하거나, 배경음악을 조절하는 기능도 여기도 제공합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는 절망 속에 죽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약물, 알코올 중독,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2017년 한 해에만 3만 6천 명이었습니다. 10년 전보다 알코올 관련은 69%, 약물은 108%, 자살은 35%가 늘었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렇게 된 이유는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에서 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학자금 대출 및 의료비, 교육비, 집값 등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큽니다. 인터넷, 스마트 폰, SNS로 인한 정보 과다 문제도 있습니다. 우울증 역시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이렇게 명상을 통해 정신 건강을 돕겠다는 앱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캄, 헤드 스페이스를 비롯해 지난 3년간 2000개 이상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마보, 마음 챙김 같은 앱이나 명상을 도와주는 유튜브 영상, 명상 커뮤니티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에 따르면 명상을 하는 사람도 2012년(9.5%)에 비해 2017년(14.3%)에는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삼성전자도 캄과 손잡고 ‘삼성 헬스’ 앱에서 캄에서 만든 영상과 음악 등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알렉스 슈가 캄 앱을 만든 이유도 비슷합니다. 그는 백만 달러 홈페이지의 성공 이후, 대학을 중퇴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나중에 말하길, 그때는 그저 돈만 많이 벌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이후 욕심에서 벗어나 타인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앱이 캄입니다. 만든 이유도 단순한데요. 그는 앱을 이용하면 사람들이 쉽게 명상을 배울 수 있고, 명상을 이용해 마음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이런 앱이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캄은 아무도 나를 신경 써주지 않는 세상에서, 이용자가 자신을 돌볼 방법을 제시했고, 그 방법이 사람들을 움직였습니다. 오늘 한번, 어떻게 하면 사람을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전 그게 분명히, 비즈니스가 된다고 믿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