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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유행어
    경제 이야기 2021. 10. 20. 00:19

    개혁개방 40여 년간 쉼 없이 달려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그 성과는 세계 경제사에 전무후무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14억 인구와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중국인들의 삶은 너무나 고달픕니다. 의료보험, 실업급여 등과 같은 사회보장 시스템은 선진국에 비하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밀리면 생존이 불가능한데요. 정글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중국인들은 너무나 피곤하고 쉬고 싶은데 중국 공산당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인민을 다그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피곤한 중국인들의 삶이 반영된 유행어를 살펴보겠습니다.

     

    루쉬 시요츠 지아요 간! 소매를 걷고 열심히 일하자는 말인데요. 2017년 정초부터 일 년 내내 회자된 말입니다. 이 말은 시진핑 주석이 2017년 신년사에서 당과 인민이 한마음으로 소매를 걷고 열심히 일하자며 한 말인데요. 중국의 기관, 기업 등에서 소매를 걷고 일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사실 일반 대중은 다소 냉소적인 반응이었죠. 그 동안 너무 삶에 시달려서 더 이상 열심히 일할 기력도 없는 데다가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의미로 대중들 사이에 크게 유행한 말이 있는데요. 바로 ‘홍황즈리’입니다. '홍황즈리'는 중국 고대 사상에 나오는 말인데요. 태고에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릴 때 큰 홍수가 세계를 멸망시켰다는데서 유래된 말로, 세상을 멸망시킬 만큼의 어마어마한 힘이라는 뜻이죠. 중국이 들 사이에 이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건 2016년 8월 8일 리우 올림픽 때부터입니다. 당시 여자수영 100미터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 푸 웬후이가 3위로 결승 진출을 확정한 후, 국영중국중앙방송 기자가 "결승전은 자신 있냐?"라고 물었는데요. "보통은 최선을 다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같은 틀에 박힌 대답을 할 테지만 푸 웬후이는 뜻밖에도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난 이미 홍황즈리까지 다 써버렸다. 자신 없다. 이미 너무 만족스럽다"고 답했죠. 푸 웬후이의 진솔한 인터뷰에 네티즌들은 신선한 충격을 느꼈고 열광하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홍황즈리'는 2016년은 물론 2017년에도 크게 유행했습니다. 시주석의 소매를 걷고 열심히 일하라는 말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말이죠.

     

    '거 여우탕'이란 말도 크게 유행했는데요. '거 여우탕'은 중국의 국민배우 거여 우가 1993년 <워아이워쟈>라는 코믹 시트콤에서 아무 의욕도 없이 폐인처럼 소파에 누워만 있던 연기를 말합니다. 극중에서 거요우는 집에서 놀고먹으면서 늘 폐인처럼 소파에 누워있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시체처럼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데요. 20년도 더 지난 드라마인데도 거여 우의 그 모습이 너무 편해 보이고 부러웠을까요? 한 네티즌이 퍼 나르기 시작한 거 여우탕은 전국적인 유행이 되었고요. 한 사이트에서는 거 여우탕을 무단으로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다가 거여 우에게 소송을 당해 사용료 40만 위안, 우리 돈 6,500만원 가량을 지불하기도 했죠. 삶에 지친 중국인들의 마음을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친숙해하는 국민배우 거여 우가 위로해 준건 아닐까 싶습니다.

     

    '샤오무뱌오'란 유행어는 중국인들의 기운을 다 빼버린 유행 언데요.'샤오무 뱌오'의 사전적 의미는 '작은 목표'라는 뜻이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누구에게는 쉽고 작은 목표이지만 누구에게는 절대 이룰 수 없는 목표"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단어의 의미를 바꾼 사람은 중국 최고의 부호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입니다. 왕젠린은 2016년 말 한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하면 갑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일단 달성하기 쉬운 작은 목표를 정하고 조금씩 발전해야 이룰 수 있다"며 달성하기 쉬운 작은 목표로 1억 위안 벌기를 얘기했는데요. 우리 돈으로 무려 170억 원입니다. 부동산으로 떼돈을 번 왕젠린에게 1억 위안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평범한 대중들에게는 절대 달성하기 쉬운 작은 목표가 아닌데요. 거기다 왕젠린은 권력형 부정부패의 대명사입니다. 중국인들은 왕젠린 회장을 비난하며 그를 풍자하기 위해 '샤오무 뱌오'를 "불가능한 목표"라는 의미의 새로운 신조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시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의 의미도 포함되어있죠.

     

    이 외에도 영어 표현 Go die를 중국어 비슷한 발음으로 표현한 꺼우 따이, '흙 밖에 못 먹고 살 정도로 돈이 없다'는 의미의 신조어 '츠투', 노림수, 수작을 부리다는 뜻의 '타오로'도 여전히 유행하고 있는데요. 중국이 빠르게 변하고 여전히 고도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부작용들도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놀라움, 안타까움, 억울함, 분노 등 2017년 한 해 동안 유행한 말들에는 부정적 감정이 담긴 표현이 많은데요.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이제 신시대에 진입했다"며"개혁 개방 40주년인 2018년, 공산 중국 건국 70주년인 2019년, 전면적 샤오캉 사회 달성 원년인 2020년 등 앞으로 5년간 단계별로 주어진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시진핑 주석. 과연 중국 공산당은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통해 대중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일 수 있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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