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목원 추천, 천리포 수목원여행지 이야기 2021. 10. 19. 10:32
사진출처 충남인터넷뉴스 탁탁한 마음에 봄을 틔우는 여행! 푸른 눈 한국인이 평생을 바쳐서 만든 비밀의 숲 , 충청남도 태안 , 천리포수목원 을 타박타박 걸어볼까 합니다. 천리포수목원은 1970 년대부터 조성된 국내 최초의 사립수목원 인데요. 여타 수목원보다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수종만은 1 만 5 천여 종에 달해 국내 최고를 자랑 합니다.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인정받아 2000년 국제 수목 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 번째 ,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으로 선정 되었는데요.
입구에 들어서면 넉넉하게 물을 가둔 연못이 나타납니다. 이 생명수 덕에 척박한 황무지는 에덴동산이 될 수 있었죠. 형형색색의 꽃과 진초록 나무는, 거울 같은 연못에 데칼코마니가 되어 반영이 드러납니다. 천리포수목원의 최고 볼거리는 목련인데요. 전 세계 무려 500여종의 목련이 자라고 있습니다. 흔히 목련은 봄에만 피는 꽃으로 알고 있지만 여름 목련도 있고요. 가을 목련꽃까지 릴레이 선수처럼 바통을 이어갑니다. 지름이 40cm인초대형 목련, 꽃잎이 50장이 되는 별목련, 그리고 노란 꽃잎을 가진 황목련 등 진귀한 목련꽃에 눈이 호사를 누리지요.
수목원 중앙에는 설립자 푸른 눈의 한국인, 민병갈(Carl Ferris Miller) 박사의 흉상과 ‘민병갈 나무’가 서 있는데요. “내가 죽거든 묘를 쓰지 말라. 묘 쓸 자리에는 나무 한그루라도 더 심으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그의 분골은 그가 사랑했던 목련나무 그늘 아래에 묻혔습니다. 흉상 옆에는 개구리 조형물이 나무 곁을 지키고 있는데요. 개구리 울음 소리를 유독 좋아해 사후에 개구리가 되고 싶어 했던 박사의 뜻을 기려 만들었습니다.
민병갈 박사는 6·25 때 미군 통역 장교 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는데요. 그가 얼마나 한국을 사랑했는지 한국에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김치와 된장을 즐겼고 한복을 걸치고 온돌에 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습니다. 그가 즐겨 부른 노래가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니나노 닐리리야” 우리 민요인 태평가일 정도로 한국을 정말 사랑했지요. 1979년 귀화한 그는 70년대부터 한국의 자연에 심취해 이 황무지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요. 땅이 척박하고 해풍이 심했지만 그의 손길과 땀방울로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나무를 자식 키우듯 사랑했는데요. 1978년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의 자연 교잡으로 생긴 식물을 발견해 새로운 학명을 학회에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그 수종이 바로 ‘완도 호랑가시’인데요. 뾰족한 잎사귀와 둥근 잎사귀가 같은 나무에 자라고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이곳에는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종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백로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노각나무! 껍질에 얼룩무늬가 있어 ‘비단나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낙타의 먹이가 되는 가시주엽나무! 전체가 아니라 낙타의 키만큼만 가시가 돋아나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또 지폐의 재료가 되는 삼지닥나무, 장발족처럼 덥수룩한 잎을 지닌 부탄 소나무 등 희귀종을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천리포 수목원이 여타 수목원과 다른 점을 꼽으라면, 천리포해변과 붙어 있고, 바다 건너 낭새 섬을 다녀올 수 있다는 건데요. 민병갈 박사가 바다직 바구니인 낭새가 서식한다는 기록을 발견해 이곳을 낭새 섬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물이 빠지면 천리포해변에서 섬까지(약 500m) 오갈 수 있는데요. 민병갈 박사가 80년대 초부터 호랑가시나무 등 자생 상록 활엽수를 이곳에 심으면서 복원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그저 타박타박 낭새 섬을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천리포 수목원에 들르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는데요. 남쪽으로 30km 떨어진 튤립 정원입니다. 4월초부터 5월 초순까지 200만 송이의 튤립을 볼 수 있는데요. 본디 튤립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꽃이지만, 원산지는 터키입니다. 중동 사람들이 쓰는 터번과 비슷하게 생긴 꽃이라고 해서 튤립이라고 불린다고 하지요. 이곳은 2015년 세계튤립대표자 회의에서 미국, 캐나다,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5대 튤립축제로 선정됐는데요. 재배기술도 뛰어나지만 튤립 연출기법이 세계 최고입니다. 특히 '화가들의 정원'이 백미로 꼽히는데요. 메릴린 먼로, 모나리자 등 유명 인물을 튤립으로 표현해놓았습니다. 낮에는 꽃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밤에는 빛이 만든 풍경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는데요. 빛을 이용해 만든 인공 튤립도 밤에 봐야 그 진수를 맛보게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