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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링 여행지 추천, 편백나무 치유의 숲
    여행지 이야기 2021. 10. 20. 00:46

    머리가 복잡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혼자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그냥 이유 없이 그럴 때가, 그런 날이 있습니다. 잠시, 몸과 마음을 비우는 여행, 오늘은 걷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 전남 장흥에 있는 억불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좋다. 이곳은 들어서자마자 그런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로 뒤덮여있는 억불산, 40년 수령의 편백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에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2~30미터 쭉쭉 뻗은 편백숲 사이를 무념무상, 그저 천천히 더 천천히 걸어봅니다. 급할 것도, 빨리 간다고 좋을 것도 없기에 이곳에서는 세상만사 걱정과 고민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편백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소나무보다 약 5배가 높은데요. 피톤치드가 가장 왕성할 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입니다. 그저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영혼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숲을 빼곡하게 에워싼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자라났습니다. 1958년부터 장흥의 조림가 손석연(1918~1997) 씨가 황무지에 무려 47만 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했는데요. 한 사람의 노력 덕분에 120㏊의 헐벗었던 산자락은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평생 ‘푸른 산 아래 가난은 없다'는 일념으로 나무 사랑에 헌신해 왔는데요 그의 헌신 덕분에 지금 이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해졌지요. 그리고 매일 많은 사람이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며 숲길을 걷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는 여기에 누워보세요. 나무 냄새, 흙냄새 맡으며 낮잠 자기 딱 좋은 곳이죠. 조금 더 숲의 속내로 들어가면 하늘다리가 보입니다. 하늘다리를 따라 걷다가 전망대에 서면 숲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지요.

     

    치유의 숲을 지나 억불산 정상까지는 3.7km, 1시간이면 오를 수 있습니다. 나무데크로 이루어진 등산로는 ‘말레길'이라 부르는데요. ‘말레’는 대청(大廳)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이지요. 대청마루는 한옥에서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로서 가족의 이해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온화한 공간을 의미하는데요. 같은 의미로 말레길 역시 가족, 친구, 누구든 이 길을 걸으면서 이해와 소통의 장(場)이 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말레길은 계단이 없고 완만하게 만들어져서 누구나 쉽게 걸어서 사뿐히 갈 수 있지요. 산 중턱쯤 오르니 하늘 향해 툭 튀어나온 바위가 보이는데요. 장흥의 수호신인 며느리 바위입니다. 장흥 출신 소설가 한승원은 ‘붓다 바위’라 칭할 정도로 장흥 사람들은 이 바위를 신성시 여겼는데요, 특히 아침노을이 비칠 때 그 실루엣의 자태는 예술입니다. 묘한 자태 때문일까요, 바위에는 애틋한 전설이 묻어 있습니다.

     

    그 옛날 장흥 읍내에는 구두쇠 영감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시주하러 온 도승을 내쫓자 며느리가 달려가 용서를 빌었지요. 그러자 도승은 며느리에게 모월 모일 이곳에 물난리가 날 터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산으로 가라.”라고 단단히 일러 주었습니다. 정말 그날이 되자 물난리가 났는데요. 며느리는 도승의 말이 떠올라 급히 억불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아버지는 “며늘 아가야, 어찌 나를 두고 혼자만 가느냐?”그 애절한 부름에 뒤를 돌아보자 그만 돌로 변한 겁니다. 안타까움 때문일까요. 며느리 바위가 무척이나 쓸쓸하게 보입니다. 전설 품은 며느리바위를 지나 다시 크게 휘감아 돌면 억불산 정상에 닿습니다. 세상을 다 가질 정도로 탁 트인 경치에 눈이 호강이지요.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장흥의 집들이 성냥갑처럼 보이고, 제암산, 사자산, 삼비산이 능선이 되어 춤을 추고 있습니다. 무엇을 꼭 해야, 무엇을 꼭 배워야, 무엇을 꼭 남겨야 좋은 여행은 아닌 듯합니다. 마음 편히 잘 쉬는 것이 좋은 여행이 아닐까요? 몸과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 여러분도 이 길을 걸어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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