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밀양 여행 추천, 보물 제147호 밀양 영남루
    여행지 이야기 2021. 10. 19. 10:22

    사진출처 김해뉴스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 대 누각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 보물 제 147 호로 지정된 경상남도 밀양  영남루 를 타박타박 걸어볼까 합니다. 조선시대 밀양시 객사에 속했던 영남루는 손님을 맞거나 휴식을 취하던 곳이었습니다. 고려 공민왕 때 처음 지은 누각으로 조선 현종 10년 밀양부사 이인재가 새로 지은 것인데요. 원래 신라 경덕왕 때 영남사(嶺南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그 절 이름을 따 영남루가 되었습니다. 영남루는 왼쪽으로는 능파각, 오른쪽으로는 침류각을 거느리고 있는데요. 마치 새가 양 날개를 펴고 강과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입니다.

     

    영남루 처마에 붙어 있는 망와가 인상적인데요. 빗물에 나무가 썩지 말라고 기와를 붙여 놓았습니다. 동그란 눈과 배시시 웃는 도깨비 모습이 착하고 순박한 밀양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듯하지요. 정면에는 ‘교 남명 루’라는 현판을 걸어 놓았는데요. 교남은 영남을 말합니다. ‘문경새재 이남의 이름 높은 누각’을 의미하는데요. 영남루에 대한 밀양사람의 자부심을 엿보게 하지요. 누마루에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밀양강과 부드러운 산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맑아집니다.

     

    ‘영남 제일루’ 현판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명필인데요. 1843년 당시 이인재 부사의 아들 이중석이 불과 열한 살에 쓴 글씨라니 대단하지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동생 이현석이 일곱 살 때 쓴 글씨인데요. 글자 하나의 크기가 1미터가 넘는데, 아이가 붓을 어깨에 메고 두 손으로 써 내려간 글씨라고 합니다. 이렇듯 영남루에서는 퇴계 이황, 목은 이색, 문익점 등 선조들의 글씨까지 만날 수 있는데요. 영남루에서 시를 짓는 것이 당대 관료와 문인들은 큰 희망이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면 모르지만 알고 제대로 보면 영남루는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은 곳인데요. 기둥과 기둥 사이 화반이 그렇습니다. 구름 위에 가부좌를 한 부처가 앉아 있지요. 자세히 보면 도깨비 치우천황의 얼굴도 보이는데요. 이 건물이 유교, 불교, 도교가 공존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바둑 한판을 두고 나니 200년이 지났다는 신선사상도 누각에 담겨 있는데요. 기둥마다 용이 꿈틀거리고 있는데 가히 임금이 오를 만한 곳임을 말해주고 있지요.

     

    영남루 마당에는 자연유산인 석화(石花)가 피었는데요. 밀양아리랑의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에서우리 선조들이 한겨울에 본 꽃은 바로 이 석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화꽃 모양의 군을 이룬 석화는 비 온 후에 더욱 선명해지지요.

     

    영남루 맞은편은 천진궁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조선 현종 때 세워진 이곳은 각 왕조의 왕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중앙에는 단군의 영정이 자리하고 있고, 신라, 고구려, 고려 태조, 조선 태조 등의 위패를 모시고 있지요. 영남루에서 30여 미터쯤 산길을 오르면 봉황이 춤춘다는 작은 사찰, 무봉사(舞鳳寺)가 나옵니다. 돌계단을 오르면 대웅전 안에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93호)이 보이는데요. 특이하게도 검은 피부를 가진 부처가 앉아 있습니다. 과거 영남사 터에서 공사를 하는 도중에 발견되었는데요. 꺼내보니 침전물이 돌 속에 들어가 얼굴만 까맣게 탈색되었습니다.

     

    무봉사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아랑각(阿娘閣)이 나오는데요. 아랑낭자는 조선 명종 때 밀양부사의 외동딸로 어느 날 영남루에 달구경 갔다가 괴한을 만나 죽음으로 순결을 지켰습니다. 당시 그녀를 기리기 위해 사당 ‘아랑각’을 세웠는데요. 내부에는 그녀의 위패와 벽화가 그려져 있고요. 그녀가 죽은 대숲에는 비석이 서 있습니다. 이 아랑전설은 훗날 장화홍련전의 모티브가 되지요. 매년 밀양아리랑 축제 때 모범규수를 선발하는데요. 그들이 제관이 되어 아랑을 위한 제사를 올립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누각으로 손꼽히는 영남루는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을 정도로 매력이 많은 곳입니다. 스쳐 지나가면 평범해 보이는 것들도 알고 보면 특별해 보이지요. 특별한 이야기에 세월의 깊이가 더해져 한국의 미가 가득한 영남루, 꼭 한 번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찾는 이가 있어야 그 향기도 더욱 진해지는 법 아닐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