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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여행 구절초 테마공원
    여행지 이야기 2021. 10. 19. 09:27

    늘씬한 줄기에 하얀 가운을 걸친  구절초는 황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을 문턱에 들어서 갈피를 잡지 못한 남자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꽃이라고 할까요. 가을에 만나는 눈꽃송이 구절초를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전라북도 정읍에 있는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입니다. 그 넓이만 10만 제곱미터, 구절양장 같은 꽃길이 1km나 이어져 있는데요. 드넓은 코스모스 밭과 고즈넉한 능교까지 둘러보려면 3km는 걸어야 합니다.

     

    5월 단오에 줄기가 5마디가 되고, 9  9 일에는  9 마디가 되어 꽃이 핀다 고 해서 ‘구절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요. 구절초는 우리 산과 들, 강변 어디서나 잘 자라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서늘해지면  하얀 꽃 을 피워 가을을 알려줍니다. 구절초의  알싸한 향기를 맡겠다면 동트기 전에 찾는 것이 좋습니다. 옥정호에서 안개가 스멀스멀 올라오면 톱니 모양의 꽃잎에 아침이슬이 맺히는데요. 10 월 초순이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진작가들로 북적거리는데요. 대충 찍어도 작품 사진 한 장은 건질 수 있습니다. 허리가 잔뜩 굽은 소나무와 꼿꼿한 구절초 그리고 진초록과 순백이 대비를 이루지요. 이런 꽃길은 천천히 곱씹으며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둘러봐야 제 맛이 납니다.

     

    입구에서 언덕을 오르면 그야말로  꽃대궐 이 펼쳐집니다. 가을바람이 스치면 꽃은 작은 떨림으로 화답합니다. 숲의 심장처럼 우체통이 붉을 색을 띠고 있습니다. 축제 때는 사랑의 방송국이 운영되는데요. 우체통에서 꺼낸 사연을 DJ가 들려준답니다. 혹시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면 그 진심을 담아 엽서를 써보면 어떨까요.

     

    나무 벤치에 구절초가 그려 있어 이곳에 엉덩이를 붙이고 시집 한 권 펼치면 운치 있습니다. 황톳길 따라 언덕을 오르면 벼 아트 전망대를 만나게 되는데요. 2헥타르에 달하는 넓은 논에 유색벼로 그린 그림이 장관을 연출합니다. 조금 더 걸으면 소원을 비는 소원성취 탑이 나오고요. 그 뒤로 가을을 묘사한 시들이 걸려 있습니다. 그윽한 꽃 향기를 맡으며 가을 시를 곱씹어 보면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동산에서 강변 쪽으로 내려오면 너른 공간이 나오는데요.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돌 제방을 축조해 농경지를 만들어 경작했던 곳입니다. 그 공간에  코스모스와 메밀 그리고 해바라기를 심었는데요. 논두렁을 따라 걸으며 꽃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코스모스 밭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심어졌는데요. 바람이 불면 핑크빛 꽃은 군무를 이룹니다.

     

    공원에서 추령천을 따라가면 옥정호가 시작되는 지점에  망경대 전망대 가 서 있습니다. 거울 같이 맑은 계류는 운치 있는 암반이 서 있고요. 왜가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습니다. 10여 분쯤 수변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1960 년대 축조된 능교 가 나옵니다. 향토색이 짙고 고즈넉한 분위기 덕에  전쟁영화 촬영지로 등장하지요.

     

    구절초 마을에서 승용차로 20여분 쯤 가면  김동수 가옥 이 나옵니다. 김동수의 6대 조상인 김명관이  1784 년에 지은 전통 한옥입니다. 아흔아홉 칸, 전형적인 상류층 가옥으로, 지금까지 화재나 개축 없이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그 가치가 높습니다. 대문을 여닫는 빗장도 자라모양을 하고 있어 옛사람들의 풍류에 무릎을 치게 하지요.

     

    구절초를 보고 걷다 전통가옥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행 어떠셨나요? 가을이 오니 외로우신가요? 이럴 때 옆구리를 툭툭 찌르며 쓸쓸함을 위로해주는 구절초 길을 걷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겁니다. 그렇게 웃다 보면 또 한 번 쓸쓸함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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