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침과 천식의 예방과 치료HEALTH 2021. 10. 23. 08:29
소현세자 독살설
소현세자 독살설을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7년 넘게 볼모로 잡혀갔다가 귀국 두 달 만에 죽은 소현세자의 죽음을, 정사든 야사든 많은 기록이 독살설로 보고 있죠. 1645년 6월 27일 자 실록에서 사관은 종친의 말을 인용해 이런 기록을 남겼습니다. “세자는 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몸이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검은 멱목으로 얼굴 반쪽만 덮어 놓았으나 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빛을 분별할 수 없어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
사진출처 헬스조선 소현세자 독살설의 대한 반증
하지만 소현세자의 건강 상태를 훨씬 자세히 기록하고 있는 선양 일기나 동궁일기 그리고 승정원일기를 두루두루 살펴보면, 소현세자는 귀국 후 갑자기가 아니라, 그전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1637 년 2 월 8 일 인조는 인질로 잡혀가는 소현세자를 위해 청나라 구왕 도르곤에게 “자식들이 깊은 궁궐에서만 생장해 노숙해본 적이 없어 청나라로 가는 동안 온돌방에서 잠을 잘 수 있게 해 달라.”라고 부탁합니다 . 실제로 도르곤은 압록강을 건너기 전까지 세자가 민가 온돌에서 잘 수 있도록 배려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10일, 당시 청나라 수도였던 선양에 도착한 후 소현세자는 한 달 넘게 아팠습니다. 그 후 1644년까지 선양에서 지내는 내내 지속적으로 질병에 시달렸죠. 무엇보다 기침이 잦아 고생했습니다. 설사와 이질 증세도 심했죠. 기침과 감기는 귀국 전인 1644년을 전후로 심각해져 어의가 파견되기도 했습니다. 한양 도착 한 달 전쯤인 1645년 1월 10일 비변사 기록을 보면, 세자가 병이 매우 심각해 내의원에서 처방전을 만들어 날랜 군사를 통해 보낼 정도였다고 합니다. 소현세자의 병이 귀국한 뒤 갑자기 시작되었다는 독살설에 대한 좋은 반증이지요.
소현세자 진단 병명, 학질
1645년 2월 18일 한양에 도착한 소현세자에게 서울 내의원에서 진단한 병명은 학질입니다. 학질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오늘날의 말라리아를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모기가 없는 겨울에 말라리아라니! 무슨 얘길까요? 한의학에서 학질은 말라리아모기가 원인인 말라리아만이 아니라, 오한과 발열이 극단적으로 심해지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오랜 여독으로 체력이 극도로 쇠약해진 소현세자가 감기와 천식으로 오한과 발열을 심하게 앓은 걸 학질로 진단 한 거죠. 2월 20일 기록에도 소현세자가 기침과 천식, 가래, 고열을 호소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내의원 명의 유후성이 직접 진료하지만 차도가 없었죠. 2월 26일 독살설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형익이 진료하고 소시호탕을 처방합니다. 3월 5일 어의들의 진찰에 따르면 3분의 2 가량이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3월 10일 어의들은 “전에 앓던 현기증, 천식 등의 증상이 거의 낳았다.”라고 보고합니다. 인조의 사랑을 받던 이형익은 자신의 특기인 침을 달구어서 찌르는 번짐을 소현세자에게 시술합니다. 이 번짐을 다섯 차례 맞고 난 후 거의 완치되었다고 하지요. 4월 16일 소현세자는 스스로 박 군이라는 어의에게 거의 나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4월 21일 갑자기 오한 증세를 보이면서 증세가 재발했고, 마지막으로 이형익의 번짐을 맞고 난 후 세상을 떠나죠.
기침과 천식의 예방과 치료
치료 기록들을 보면 소현세자가 만성적으로 소화불량, 설사, 기침, 감기를 달고 산 약골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처방받은 청폐탕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기침은 건성기침과 습성기침으로 나뉘는데, 보통 건성기침에는 우리가 흔히 기침약이라고 부르는 진해제, 습성 기침에는 거담제, 그러니까 가래를 묽게 해주는 약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한의학에서는 독특하게 만성기침에 ‘윤 폐’라고 해서 자윤제를 사용하는데, 청폐탕은 자윤제의 대표 격인 약입니다. ‘자윤제’란 진액이 마르면서 가래가 끈끈해지거나 목에서 뱉어내기 힘들 때 혹은 진액이 결핍되었을 때, 촉촉하고 매끄럽게 기관지를 코팅해 기침을 진정시키고 목을 매끄럽게 해 줍니다. 감기에 걸리면 흔히 마시는 새콤한 오미자도 자윤제의 하나죠. 소현세자는 여독으로 인한 체력소모가 만성적인 감기로 이어져 기침, 천식이 심해졌고, 오한과 발열이 극단적으로 오가는 학질로 악화되었습니다. 이 학질을 치료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죠. 기침과 천식 은 일상에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병입니다. 소현세자의 죽음으로 조선의 근대화가 200년 이상 늦춰졌다고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한 사람의 병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바꿔버릴 뿐 아니라 이처럼 역사를 바꿀 수도 있지요. 여러분, 작은 기침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고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기침이 시작된다 싶으면 바로 오미자 차 한잔 챙겨 드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