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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의 변명과 책임지는 말
    인문학(humanities) 2021. 12. 16. 10:39

    2017년 2월 19일, 한 여성이

    개인 블로그에 자신이

    전 직장에서 당한 성희롱 사건을

    폭로하는 글을 띄웠습니다.

    여성의 이름은 수잔 파울러,

    그녀의 전 직장은 우버였죠.

    우버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승객과 차량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2009년에 창립해서 현재 기업가치는

    약 700억 달러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런 우버가 최근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불과 3개월 동안 마켓셰어는 10%나 줄었고,

    우버의 2인자인 제프 존스 사장을 비롯해서

    핵심 임원이 줄지어 퇴사를 했습니다.

    또 웹상에서는 우버 앱을 지우고

    우버의 서비스를 사용하지 말자는

    “딜리트 우버”(#deleteUber)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참여자가 벌써 40만명을 넘었습니다.

     

    우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시기는 묘하게 수잔 파울러가

    블로그에 글을 올린 시점과 맞물립니다.

    블로그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한 남자 상사가 파울러에게

    성적인 내용을 포함한 메신저를 보냈습니다.

    파울러는 즉시 이 메신저를 캡처해서

    인사팀에 보냈고 곧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기대했죠.

    하지만 인사팀에서는 해당 상사가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고성과 자기 때문에

    징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파울러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그동안 우버에서 겪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블로그에 폭로했는데요.

    이 글이 가져온 후폭풍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여러 언론에서 우버의 강압적이고

    비윤리적인 조직문화를 거세게 비난하기 시작했죠.

     

    오늘은 우버의 이야기를

    반면교사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성과주의와

    성과지상주의에 대한 겁니다.

    우버의 CEO인 트래비스 캘러닉은

    그 스스로가 경쟁을 즐기고 강박적일 만큼

    성과에 집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EO가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정말 훌륭한 일이죠.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순간

    조직 성과를 중시하는 성과주의는

    반대로 조직을 망치는

    성과지상주의가 되고 맙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 그건 바로 윤리성인데요.

    성과만 낼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죠.

    캘러닉은 이미 여러 차례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경쟁사인 리프트가

    대규모 펀딩에 나선 것을 알고

    투자자들에게 전화해서

    펀딩을 방해한 적도 있고요.

    한번은 우버 택시 기사와 요금정책에 대해

    논쟁이 붙었는데, 캘러닉이

    이 택시기사에게 막말을 했다가

    블랙박스에 녹화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우버가 그레이 볼이라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수년 동안 경찰의 단속을 피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죠.

     

    이런 성과지상주의는 조직문화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파울러의 성희롱 사건에서 인사팀은

    해당 직원이 고성과자라는 이유로

    징계하기 어렵다고 얘기했는데요.

    심지어 우버에서는 자신의 파워를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비윤리적 행동을

    얘기하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나는 성과가 높기 때문에

    심지어 이런 짓을 해도

    아무도 나를 건드릴 수 없어”라는

    잘못된 자신감의 표현이죠.

    그리고 그 피해는 다수의

    선량한 부하직원과 동료들에게 전가됩니다.

    따라서 건전한 고성과조직을 이끌기 위해

    리더는 성과주의와 성과지상주의의 경계인

    비윤리적 행동을 항상 경계하고

    직원 간에도 그런 분위기가 생겨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 하나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건요.

    이렇게 사태가 확산된 후

    CEO인 캘러닉이 보인 반응입니다.

    그는 수잔 파울러의 말이 기사화된 후

    “지금 언론이 말하는 우버의 조직문화는

    내가 알고 있는 우버와 반대되는 일이다.

    만약 이런 행동을 하는 직원이 있다면

    즉시 해고하겠다” 라고 말했는데요.

    이 말은 얼핏 보기에 CEO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조직에서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리더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

    나는 미처 몰랐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문제를 일으킨 그 사람을 찾아내서

    당장 책임을 묻겠다.”

    그런데 이 말은 그 CEO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책임을 지는 말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말입니다.

    책임을 지려면

    리더가 자신과 조직을 동일시해야 하는데,

    ‘나는 몰랐다’라는 말은

    일단 나와 조직을 분리하는 말이고요,

    또, ‘책임자를 찾아서 조치하겠다’는 건

    바꿔 말하면 ‘내 책임은 아니다’

    라는 말과 같죠.

    그래서 리더는 특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나는 몰랐다’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리더라는 자리는 개인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이 말을 듣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리더는 모든 말에 앞서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내가 알고 있었건, 알지 못했건

    나의 잘못이다.

    나와 직원들, 우리가 함께 고쳐나가겠다.”

    이것이 리더가 책임지는 말입니다.

     

    성과지상주의로 윤리성이 훼손되면

    조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실수하기 쉬운,

    ‘책임지는 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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