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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기 야구 모자, 뉴에라 스토리
    경제 이야기 2021. 10. 28. 08:13

    뉴에라 브랜드의 시그니처 제품

    빳빳한 챙, 떼지 않은 스티커… 이 모자를 삐딱하게 쓴 청소년이나 청춘들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스트리트 패션의 필수 아이템인 이 모자는 뉴에라라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제품인데요. 현재 MLB, NFL, NBA까지 미국 3대 스포츠 리그 공식 모자로, 전 세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뉴에라의 브랜드 역사는 무려 올해로 100년입니다. 지금도 1초에 2.4개, 1분에 142개, 그리고 1년에 75만 개의 모자를 팔아 치우고 있는 뉴에라, 이 브랜드는 어떻게 지난 100년 간 유행에 민감한 패션산업에서 젊은 이미지를 유지하며 자리를 지켜오고 있을까요?

    뉴에라 러브콜 받은 포미닛

    뉴에라의 설립

    뉴에라는 1920년 독일 출신 공예가, 에르하르트 콕(Ehrhardt Kock)이 설립한 모자 제조업체입니다. 창립 초기 핵심 제품은 신사용 캐주얼 캡이었습니다. 당시 피츠제럴드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큰 인기를 끌었고 덩달아 소설 속 주인공의 패션을 따라 하는 사람도 많아졌는데요. 여기에 착안해 에르하르트 콕은 개츠비 스타일의 고급 슈트용 모자를 만들어 내놓았고, 큰 인기를 끕니다. 모자는 단일 아이템이면서도 전체적인 look을 좌우하는 포인트 역할을 하죠? 그래서 당시 개츠비 스타일 모자는 신비스러운 멋과 고급감을 추구하는 패션피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죠.

    뉴에라의 변신

    이후 1930년대 에르하르트의 아들 해럴드가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스타일에 대변신이 일어납니다. 당시 슈트용 모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프로야구가 대중적 인기를 끌며 야구 스타가 시대의 성공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었죠. 이를 목격한 해럴드는 패션 롤모델도 ‘야구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간파했습니다. 193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팀의 선수용 모자 제작에 나서며 야구 모자업체로 재탄생했는데요. 이후 미국 내 메이저리그 팀은 물론 지방 대학의 야구 모자까지 만들며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에 선수용 공식 모자를 공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야구 모자업체로의 재탄생

    1970년대 뉴에라의 프로팀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메이저리그 24개 팀 중 20개 팀과 계약할 수 있었죠. 그러나 뉴에라는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야구모자 사업에 착수한 것인데요. 야구모자를 사고 싶다는 일반인의 문의가 잇따르자 이를 무심히 넘기지 않고, 야구신문에 획기적인 모자 광고를 냈습니다. 1978년 Sporting News에 ‘당신도 프로선수가 착용하는 것과 똑같은 모자를 살 수 있다’는 광고에 실은 데 이어 1980년에는 ‘12.50달러를 동봉해서 우편으로 주문서를 넣어주세요'라는 문구 광고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무려 매출의 50%에 해당하는 엄청난 주문이 쏟아졌고, 프로 야구선수와 같은 모자를 쓰는 게 대유행이 되었죠. 해럴드의 손자이자 당시 CEO, 데이비드는 야구 유니폼을 입지 않는 일반인들이 왜 야구 모자를 쓰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이유를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100~200개라도 더 팔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요구에 따랐던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일반 소매뿐 아니라 도매 주문도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대형 신발 할인업체 풋락커(Foot Locker)에서 5만 개 주문 등이 들어오자 공장을 확장 이전하며 생산량을 확대했습니다.

    시그니처 모델, 59 fifty fitted cap

    1950년대 초까지 무늬가 없는 기본형 캡에, 각 팀 로고를 라벨로 덧붙여 납품해오던 뉴에라는 1954년 지금도 가장 많이 팔리는 시그니처 모델, 59 fifty fitted cap을 내놓습니다. 사이즈도 무려 9가지나 되었죠. 이 모델은 기존 야구모자와 달리 왕관처럼 위로 솟은 모양이고, 챙이 빳빳한 것이 특징인데요. 챙이 구부러지지 않아 앞을 잘 보려면 약간 삐뚤게 써야 하죠.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젊음의 자신감과 자유분방함을 상징하며 오히려 인기 요인이 되었습니다. 뉴에라 스타일을 보여주는 요소는 또 있는데요. 바로 모자챙에 붙어있는 스티커입니다. 뉴에라 로고, 모델명, 사이즈 등이 들어간 이 스티커는 사이즈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980-90년대 힙합 뮤지션들 사이에서 스티커를 제거하지 않고, 쓰는 것이 멋으로 자리 잡으면서, 힙합 문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죠. 뉴에라 역시 이를 놓치지 않고 스티커를 제품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죠.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커스텀 캡

    1996년 뉴에라에 흥미로운 제안이 들어옵니다. 바로 미국의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가 빨간색 양키스 모자를 제작해달라고 요청한 것인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뉴에라는 MLB 각 팀을 대표하는 컬러 외에 다른 색으로는 모자를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커스텀 모자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죠. 하지만 뉴에라는 이 제안을 수락했고, 스파이크 리 감독은 그 해 월드시리즈 경기장에 뉴욕 양키즈 로고가 수놓아진 빨간색 모자를 쓰고 나타났습니다.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커스텀 캡은 나만의 특별한 모자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작되어 이제 약 10,000가지 디자인의 커스텀 캡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BTS, 마블, 트레비스 스콧 등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사람들과 콜라보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특별한 디자인을 내놓고 있죠.

    100년 기업 뉴에라

    지난 100년 간 뉴에라가 걸어온 길을 짚어봤는데요. 사실 오래된 기업이라고 하면 고루하고, 올드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런 기업이었다면 이토록 오랫동안 살아남지 못했겠죠. 뉴에라가 해온 도전들은 어쩌면 지금은 당연하고, 흔한 것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시작했을 당시에는 감히 떠올릴 수도, 시도하기도 쉽지 않은 것들이었죠. 특히 ‘모자’와 같이 핵심 아이템과는 거리가 있는 그야말로 액세서리로 영역에서 100년 이상의 장수 브랜드화를 꿈꾸는 일은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뉴에라는 당대에 순응하고 따라가기보다, 시장의 작은 변화를 캐치해 기민하게 대처하며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타깃을 위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습니다. 그것이 100년을 이어온 비결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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