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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 이란?
    경제 이야기 2021. 10. 20. 22:43

    사진출처 연세춘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나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문제 해결 중심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킬러 애프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그럼 사용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제품을 기획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설문이나 인터뷰 결과를 주로 활용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설문, 인터뷰, 행태 분석 등의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론들은 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한계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용자들이 그들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제조회사 킴벌리클라크는 요실금 방지용 패드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접수되자, 패드의 성분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어 제품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성분 분석 결과,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죠. 실제로 패드에서는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지속적으로 냄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으며, 요실금 증세가 심한 소비자일수록 냄새에 대한 불만이 높았습니다. 제품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오히려 가장 그 제품을 멀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건데요.

     

    이런 전통적 마케팅 방법론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뉴로마케팅 방법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은 신경세포 뉴런과 마케팅의 합성어로, 뇌파검사, 자기 공명 촬영, 시선 추적검사 등을 활용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분석하는 방법인데요.

     

    스테디셀러 치토스를 생산하던 펩시는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제품 개선 TF를 구성합니다. 소비자들로부터 접수된 대부분의 고객 불만은 손에 묻는 끈적거리는 양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품 개선 TF는 양념의 끈적거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즈음에 시장에 소개된 뉴로마케팅 기법을 활용해서 실험을 진행하던 TF팀은 의외의 결과를 얻는데요. 실험 참가자 대부분은 치토스를 먹는 과정 중에 손에 묻은 끈적거리는 양념을 빨아먹을 때 가장 큰 쾌락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한 거죠. 고민 끝에 양념이 더 끈적거리도록 제품을 개선하고 광고와 포장도 끈적거리는 양념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자 매출은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한 요구르트 제조사는 제품의 맛과 용기의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해 뉴로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용기를 덮고 있는 은박지를 벗겨 은박지에 묻어 있는 소량의 요구르트를 핥아먹는 순간 요구르트를 먹는 과정 중에 가장 큰 쾌락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벗기기도 번거롭고 벗기다가 종종 요구르트가 튀어 옷에 묻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요구르트 업체가 현재의 용기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근대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인과관계에 집착합니다. 무엇이 무엇의 원인이고 무엇이 무엇의 결과인지에 집착합니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 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고 검증된 인과관계를 기반으로 이론을 만들어 세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나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학습한 이론들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하지만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 지금껏 우리가 공유하고 있던 이론과 상식의 많은 부분이 도전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수집되는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의 분석 결과가 내어놓는 상관관계는 의사결정의 틀을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사회초년생들은 신용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금융거래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일부 신용카드사와 인터넷 전문은행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새로운 신용평가 틀을 만들어 사회초년생들의 신용평가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젊은 SNS 사용자들이 생산한 소셜 데이터와 그들의 실생활 데이터를 분석해 발견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카드나 대출 신청자의 동의를 구하고 그들의 SNS를 분석합니다. 예를 들면, 대출자가 SNS에 글을 남길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SNS에 올리는 사진의 각도와 구도도 대출 상환율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식이죠. 과학적인 인과관계의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소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사회초년생의 신용을 평가한 후 대출을 하고 신용카드를 발급했을 때 상환율이 높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언젠가 디지털 공간에 남겨진 다양한 삶의 데이터가 수집되고 분석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미신으로 치부되는 사주팔자도 다시 조명받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5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면 센서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수집되고 분석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사용자들의 뇌 속까지 들여다 보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틀 속에서는 인지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현상들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경험하는 문제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접근이 보다 주목 받게 될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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