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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카테고리 없음 2022. 1. 9. 22:34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었습니다. 민간에서는 물론 정부에서도 그 중요성과 그것이 펼쳐 나갈 미래에 대해 많은 무게를 싣고 있죠. 하지만 막상 이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여러 각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이 회자 되는게 직업과 관련된 공포심이죠.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어느 시점에 이르면 직업의 몇 퍼센트가 사라진다든가, 그런 사태를 대비해 사회와 개인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등의 논란들이 많이 벌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피상적인 두려움을 느끼기 전에, 4차 산업혁명의 큰 그림부터 들여다 봐야 할 것입니다. 대체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일까요?
4차 산업혁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디지털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4차’ 같은 명칭은 그리 중요하지 않죠. 그보다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변화의 방향성과 내용을 이해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물론 디지털 혁명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고 우리는 이미 그것을 충분히 향유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5 하긴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된 것도 이미 30년이 가까워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니 무리도 아닙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디지털 기술은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하고는 있어도 삶과 사회, 가치를 주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의 신기술이 우리 삶의 핵심 축을 차지하지 않고 집집마다 가사도우미 로봇이나 자율주행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으니까요. 그러나 앞으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바로 이 모든 것들이 사회의 구석구석에 전방위적으로 구축되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시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필요하지만 그 중 핵심적인 요소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컴퓨터, 그리고 그와 연결되어 삶과 산업의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각종 기계장치, 그리고 기계와 기계 간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교환하는 빠른 네트워크의 구축, 그리고 원격으로 많은 것을 가능케 하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기술, 여기에 더해 거대한 규모로 디지털 세계 속에 사회 망을 구축하는 SNS 등이 그것입니다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요소들을 현실화할 과학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확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대명사로 익숙한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긴 후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을 완파 했고, 불과 2년이 지난 현재는 훨씬 강력한 컴퓨터가 되어 바둑의 한계를 넘어 범용 컴퓨터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20년전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수퍼컴퓨터 딥블루와 지금 우리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이 거의 같은 컴퓨팅 파워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의 기간 동안 알파고 역시 우리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게 되겠죠.
한편 이족보행 로봇 기술도 나날이 발전해서 미국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들은 발로 차도 넘어지지 않고 눈이 쌓인 비탈길을 걸어 다니며, 대부분의 사람이 하지 못하는 공중제비를 돌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이런 로봇과 인공지능의 결합, 그리고 카메라와 센서의 발달로 인간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수행할 로봇의 등장은 그야말로 초읽기에 들어섰죠.
그리고 LTE의 100배 속도에 달할 5G 역시 기술 개발이 끝나 망 구축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다운로드에 6분 정도 걸리는 영화 파일을 단 3.6초 만에 받을 수 있는 속도인데, 파일 다운로드 속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이런 속도를 통해 아주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초고속 데이터 전송기술은 20억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광대한 페이스북의 네트워크와 오큘러스 리프트로 대변되는 가상현실 시스템과 만나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가상세계 커뮤니티와 그 속에서의 질서를 창출할 준비를 이미 마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불분명해 지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낼 세상입니다. 그런 만큼 과학기술의 측면에서 본다면 다양한 기술의 융합적 접근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죠. 디지털 세계의 방대한 데이터 및 프로그램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가 역동적으로 교류하기 위해서는 매우 다각도의 기술적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직업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소수의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창의성을 ‘무기’로 개개인이 무한경쟁에 접어드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해법이 아닙니다. 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창조적 소수를 제외한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는 사회가 된다면 그런 구매력이 창출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양극화를 넘어 시장경제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최근 경제학자들은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통해 증대될 기업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어 국민에게 증여하는 ‘기본소득’ 제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아래 많은 주장과 분석들이 오고 갑니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화, 자동화, 초 연결화의 결과 앞으로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미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두꺼운 장막 뒤에 감춰져 있죠. 하지만 그 장막은 결코 회색 빛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미래의 현실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디지털을 매개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즉,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진정한 열쇠는 인공지능도 로봇도 가상현실도 아닌 우리 인류의 현명함과 의지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