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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의 가치와 의미의 재발견
    인문학(humanities) 2021. 12. 15. 23:03

    저녁 시간에 텔레비전을 켜니

    이른바 '가족 드라마'가 방송 중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보고 있자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죠.

    '드라마 속 저 집은 저런 풍경인데,

    왜 우리 집은 안 그렇지?'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의 꿈을 담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

    하지만 누구나 그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원하는 것,

    이른바 '꿈'을 드라마에 담습니다.

    아마 함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하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꿈이겠지요.

     

    여러분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가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집이라는 단어는 왠지 가족이 살고 있는 그곳을

    제대로 표현해주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집이라는 단어에는 정감이 부족하다면,

    가정에는 우리가 갖고 싶은,

    혹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꿈이 담겨 있는 느낌입니다.

    저는 최근, 직장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봤는데요,

    그 결과를 보면서 '나만 가정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사는 다름 아닌 밥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점심 식사로 어떤 메뉴를 선호하냐"라고 물었더니

    제육볶음, 순댓국, 짜장면, 부대찌개 등을 물리치고

    당당히 1위로 꼽힌 메뉴가 '가정식 백반'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점심 메뉴로

    가정식 백반을 선호한다고 했을까요?

    가정식 백반에서 '집밥'을 떠올렸기 때문은 아닐까요?

    누군가는 가정식 백반에서

    어머니를 연상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집밥'은 전업주부가 있을 때 가능하죠.

    만약 어머니가 전업주부가 아니라면

    사실 '집밥'은 불가능한 음식에 가깝습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고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집밥'을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드물어졌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집 밖에서 '집밥'에 가장 가까운

    '가정식 백반'을 먹고 싶어 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가정식 백반 혹은 가정요리가

    식당에서 인기를 끌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가족관계의 변화' 때문인 것이죠.

     

    이 같은 가족관계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 모습을

    예리하게 담아낸 사회학자가 있습니다.

    일본의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인데요,

    그는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가족에 대한 우리의 사고 관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목만 보면 마치 '가족의 해체'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

    다소 도발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가족의 변화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즉 가족은 해체되는 제도가 아니라

    다른 사회 제도처럼 그 또한 끝없는 변화에 노출되어 있는

    제도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마사히로의 책 제목은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입니다.

     

    우리 마음속에서 가족은

    영원한 안식처, 절대 변하지 않아야 하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지만,

    가족 또한 변화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가족은 절대 불변의 박제화 된 실체일 수 없으며,

    절대 불변의 신성화된 제도도 아니니까요.

    다른 제도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은

    시대와 사람들의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꿉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980년대 한국인의 절반가량이

    5인 이상으로 구성된 가구의 일원이었습니다.

    2인 가구는 5인 이상 가구의 1/5에 불과했고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5%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1인 가구는

    네집 당 한집 꼴에 달합니다.

    실제 가정의 모습은 벌써 이렇게나 변했지요.

    초혼 연령만 해도 약 100년 전인 1921년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19.5세, 남자는 18.2세였습니다.

    지금은 여성은 30세, 남성은 32.6세입니다.

    정말 많이 변했지요?

    여성에 대한 변화는 더욱 눈에 띕니다.

    이제 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외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열명 중 일곱 명 이상이 대학에 진학합니다.

    남성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더 높습니다.

    이런 모든 추이는

    결국 우리가 가족 하면 떠올리던 전업주부가

    실제로는 가정에 없는 경우가

    점차 보편적이 되어 간다는 뜻이 됩니다.

    마사히로의 주장처럼

    '우리가 알던 가족'은 이미 종말을 고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집밥'은 귀한 시대가 되었고,

    과거의 가족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점심이나마 '가정식 백반'으로

    이 향수를 달래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화 중에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변화도 분명 있습니다.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소중한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정말 마음 아프니까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사회는 매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가족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가족에 대한 향수 어린 시선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가족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가족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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