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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트레이더조 #2] 성공 요인
    경제 이야기 2021. 11. 18. 01:19

    트레이더조의 소비자 분석법

    트레이더조는 아마존이나 코스트코 같은 유통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터 분석을 하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하지 못합니다. 온라인 쇼핑몰도 없고 회원카드도 없고, 포인트나 쿠폰 제도를 운영하지 않아서 고객 데이터를 모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석도 없습니다. 있는 거라고는 매장에서 고객이 보이는 반응을 확인하는 것, 열정적인 팬 고객의 피드백뿐입니다. 고객의 반응을 가장 잘 확인할 있는 곳 중 하나는 시식 코너인데요, 여기서는 주로 신상품이나 기간 한정 상품의 시식이 이뤄집니다. 이때 매장 직원들은 고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그걸 상품 판매에 반영하죠.

    트레이더조의 충성고객, 팬덤

    트레이더조 CEO 댄 베인은 자사 팟캐스트에서 이런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습니다. 한 노부인이 바나나 매대 앞에 서서, 바나나 한 봉지를 손에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 결국 그냥 가버렸습니다. 그 행동이 신경이 쓰인 베인은 부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바나나를 결국 한 봉지도 사지 않았는데, 혹시 이유가 있나요? 바나나에 문제가 있었나요?"라고 물었더니 그 노부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어이 젊은이, 나는 4번째 바나나를 먹을 때까지 살아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네" 그 이야기를 들은 베인은 이후 바나나 낱개 판매를 결정했습니다. 현재도 트레이더조에서는 바나나 1개를 19센트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더 조가 이렇게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캐치하고 그걸 상품 판매에 반영할 수 있던 건 매장 직원들 역할이 큽니다. 트레이더조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매장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열광적인 충성고객,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일반적인 슈퍼마켓은 고객의 쇼핑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영업시간에는 진열대 정리를 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트레이더조는 반대인데요. 고객들과 더 많이 마주치고 말을 쉽게 건네기 위해 일부러 고객들이 쇼핑할 때 진열대를 정리합니다. 사실 진열대 정리보다 고객과 수다 떠는 일이 더 중요한 임무입니다.

    트레이더조의 직원 채용

    그래서 트레이더조는 고객과의 대화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 채용합니다. 면접 때 이력을 묻는 대신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가장 즐거웠던 대화 경험은 무엇인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등을 묻습니다. 이런 직원들이 모여 있는 것은 직장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직원의 20%가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인데요. 소매업계 종사자 약 60%가 1년 이내에 전직을 하고, 아마존 평균 근무연수는 1년, 구글은 1.1년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트레이더조의 고객 경험

    최근 미국에서는 아마존발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로 인해 매년 폐업하는 소매업체가 수천 여 곳에 이르는데요. 이렇게 오프라인 유통이 폐허가 되어가는 와중에도 오히려 트레이더조는 아마존이 할 수 없는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경험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레이더조의 고객 경험은 아마존이 그토록 강조하는 고객 경험과 정반대입니다. '아마존 고'처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편리한 경험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 밀려 악전고투하고 있는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트레이더조를 통해 위기 극복의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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