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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콜라와 코카콜라 이야기경제 이야기 2021. 10. 21. 21:52
여러분 혹시 ‘펩시 챌린지’라는 것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텔레비전 광고로도 나왔죠. 이 광고의 정확한 명칭은 The Pepsi Challenge였는데요.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마시게 한 후에 더 맛있는 콜라는 선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과는 펩시 52% 대 코카콜라 48%로 나왔는데요. 그 덕인지 1975년 20%였던 펩시 시장점유율이 1980년엔 28%까지 높아졌습니다. 이 사건은 일종의 버터플라이 효과를 만들게 됩니다. 한때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했던 코카콜라는 1983년 24%까지 떨어졌죠. 물론 펩시콜라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코카콜라는 1985년 새로운 콜라를 내놓았는데요. 99년 된 콜라 맛을 바꾼 셈이죠. 첫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 항의 전화 4만 통이 빗발칩니다. 고객들이 야구장 전광판을 빌려서 콜라를 돌려달라고 아우성쳤죠. 결국 출시 3개월도 채 못되어 코카콜라는 오리지널 포뮬러로 돌아갔는데요. 희대의 해프닝으로 끝난 이 사건에서 디스럽션의 세 번째 원리, ‘가치 묶음 재설계’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영원한 앙숙지간,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008년 펩시콜라와 코카콜라의 2차전이 벌어집니다. 펩시콜라는 사라 오헤이건(Sarah O’Hagan)을 자회사인 게토레이 최고경영자로 보냅니다. 이즈음 게토레이의 모양새는 말이 아니었는데요. 스포츠 드링크라는 카테고리를 창조한 게토레이가 후발주자의 마케팅 공세에 밀려 시장을 10%나 뺏긴 상황이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발주자는 숙적 코카콜라의 제품인 파워에이드였습니다. 게토레이도 반격합니다. 우선 새로운 맛을 추가했는데요. 저가당에 무가당 제품까지 선보였지만 잠깐 빤짝하고는 곧 효과가 사라졌죠. 연구실에서 새로운 성분을 고안해내긴 했는데, 당시 사라 오헤이건의 표현을 빌자면 "효과를 얻자면 한 통은 마셔야 하는”정도의 효능만 있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아이디어가 있나요? 사라 오헤이건은 핵심 고객이 누군지 진지하게 되묻습니다. 여기서 참 놀라운 답을 찾아냅니다. 게토레이가 찾은 답은 운동선수였습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 놀라운 자기 성찰이었습니다. 게토레이는 자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잊어버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운 여름날 조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99%의 게토레이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의 핵심 고객은 운동선수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연구팀은 운동선수를 관찰합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행동을 목격합니다. 이들은 게토레이만을 마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기 전에 뭔가를 먹거나 마시고, 경기 후에도 그랬습니다. 물론 탈수방지를 위해선 게토레이를 마셨지만요. 여러분이 우사인 볼트를 지켜보았다면 경기 전에 스크틀즈(Skittles)를 먹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을 겁니다. 스키틀즈의 주성분은 탄수화물입니다. 경기가 끝나면 흔히 마시는 밀크셰이크의 주성분은 단백질이고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이것은 에너지원이 됩니다. 반면 단백질은 피로 해소를 돕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죠.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면 이 두 가지가 운동선수에겐 루틴이었던 겁니다.
이제 여러분도 게토레이가 어떻게 혁신했을지 짐작할 수 있으실 겁니다. 사라 오헤이건은 게토레이 맛에 변화를 주는 대신 게토레이를 다른 제품으로 에워쌌습니다. 경기 전에 먹을 에너지 바와 탄수화물 드링크를, 경기 후에는 단백질 셰이크를 내놓습니다. 예전엔 게토레이뿐이었다면 이제 세 단계의 제품군이 탄생했습니다. 경기 전에 섭취하는 것은 경기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의미의 프라임(Prime), 그다음은 기록을 낸다는 의미의 Perform,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회복을 의미하는 Recover 제품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묶어 G-series 제품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G는 당연히 게토레이를 의미하는 것이었지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오히려 게토레이 제품 종류는 줄었지만, 매출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극적으로 증가했는데요. 45억 달러까지 떨어졌던 매출이 2015년 56억 달러가 됐고, 시장 점유율도 78%로 점프합니다. 파워에이드의 약진은 19%에서 멈춥니다. 손을 댄 부분은 별반 없었지만 게토레이는 갑자기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게토레이의 사례처럼 우리는 혁신에 대해 가진 생각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혁신이 꼭 직설적이지는 않다는 겁니다. 경쟁기업이나 경쟁제품과의 충돌 경로로 부딪혀서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인데요. 우리는 은근하게 돌아서서 감싸는 방법으로도 얼마든 창의적인, 놀라운 혁신의 공간의 찾아낼 수 있습니다. 혁신은 강한 폭풍처럼 휘몰아치듯 다가올 수도 있지만 여러분의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의 속삭임처럼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가치 묶음에 대한 이해입니다. 가치분석의 방법 중에는 헤도닉 프라이싱(Hedonic Pricing)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제품의 가치는 제품을 구성하는 기능적·심미적 가치의 합인데요. 철저히 1+1=2라는 관점이죠. 생각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런 시각은 중요합니다만 ‘밸류 디자인(Value Design)’의 관점에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성능과 기능을 의도적으로 엇갈리게 디자인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 묶음’, 즉 Value Packaging을 통해 1+1=2라는 법칙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혁신은 기존의 것을 바꾸고, 파괴하고 새로 만들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가진 코어 비즈니스와 제품은 얼마든지 재창조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회복될 기미가 보인다고 99년간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맛을 일거에 바꾸는 결단이 결코 혁신이 아닙니다. 혁신이란 이것보다는 훨씬 더 깊은 전략적 안목과 지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